필리핀 퀘존시는 참여예산을 일회성 의견수렴이 아니라 예산 편성·집행·평가 과정에 시민사회가 들어오는 제도로 만들고 있다. 시 정부는 2026년 9월 7일 City Ordinance No. SP-3520, S-2026을 통해 참여예산을 제도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5~2028년 Open Government Partnership(OGP) 지역 실행계획에서도 연례 예산 과정에 시민사회단체를 참여시키는 일을 첫 번째 약속으로 제시했다.
예산 편성을 내부 절차 밖으로 열다
퀘존시 발표의 핵심은 예산을 행정부 내부 문서로만 다루지 않겠다는 점이다. 조례는 공인 시민사회단체와 주민이 지역 필요를 제안하고, 부서별 사업안을 검토하며, 집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결과 평가와 피드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시는 앞으로 주민이 우선 편성해야 할 프로그램과 사업을 제안할 디지털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검토와 평가까지 맡는다
이 모델이 단순 공모와 다른 지점은 참여 단계가 넓다는 데 있다. 퀘존시는 전년도 11개 일선 부서와 사무소에서 참여예산을 시범 운영했고, 공인 시민사회단체가 약 60억 필리핀페소 규모의 예산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OGP 실행계획은 2025년 2월 시작해 2028년 4월까지 이어지며, 부서·시민사회 대화, 예산 교육, 대표 선정 기준, 시범 부서 오리엔테이션, 예산계획 회의를 이정표로 둔다.
성과는 제도화, 한계는 대표성이다
성과는 참여를 조례와 실행계획에 묶어 반복 가능한 절차로 만든 데 있다. 퀘존시는 2024년 OGP Local Program에 합류했고, 현재 다섯 개 실행 약속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또 People’s Council of Quezon City를 통해 23개 부문의 공인 시민사회 대표가 지방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기반을 갖췄다. 다만 참여 주체가 공인 단체 중심일 때 비조직 주민, 청년, 이주민, 저소득층 의견이 얼마나 직접 반영되는지는 별도 점검이 필요하다. 교육과 대표 선정 기준도 형식만 갖추면 참여의 문턱이 될 수 있다.
경기·인천에 남는 적용 질문
경기·인천의 주민참여예산도 제안 접수와 투표만으로 충분한지 물어야 한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부서별 예산안을 읽을 시간, 자료, 교육을 갖고 있는가. 의회는 참여 결과가 예산안과 결산, 행정사무감사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 공개적으로 추적하는가. 무엇보다 참여 대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배제된 주민에게 어떤 보완 통로를 둘 것인가. 퀘존시 사례는 참여예산의 핵심이 행사 규모가 아니라 예산 주기의 어느 지점까지 주민에게 문을 여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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