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공개한 소나무재선충병 집계는 2021년 4,591본에서 2025년 72,507본으로 약 16배 늘었다. 산림청은 가평군 전역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예고를 했지만, 확대된 예산이 실제 피해 감소로 이어지는지 검증할 집행 기준과 산주 지원책은 여전히 쟁점이다.

가평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책 논의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관계자들이 2026년 10월 9일 가평 남이섬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자료=경기도,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원문

가평 전역을 묶는 특별방제 예고

산림청은 10월 13일 가평군 전체를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행정예고했다. 대상은 가평군 행정구역 84,366ha 전역이며, 이 가운데 산림은 68,332ha다. 산림 면적이 전체의 약 81%를 차지하는 지역을 하나의 방제 단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행정예고는 지정이 확정돼 시행을 마쳤다는 뜻이 아니다. 공고상 지정 예정일은 10월 29일이다. 따라서 현재 확인되는 단계는 의견 수렴을 거치는 지정 절차다. 실제 지정 범위와 이후 세부 집행은 최종 고시와 후속 계획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구역이 넓은 만큼 행정의 책임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생활권 주변 위험목을 먼저 제거할지, 확산 경계부를 우선 차단할지, 산주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알릴지에 따라 주민이 체감하는 결과가 달라진다. 우선순위와 완료 기준이 함께 공개돼야 특별방제구역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재선충 집계 16배, 예산은 4배

가평군의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은 2021년 4,591본에서 2025년 72,507본으로 늘었다. 약 15.8배다. 같은 기간 관련 예산은 8억2,800만원에서 35억1,800만원으로 약 4.2배 증가했다. 집계 증가 폭이 예산 확대 폭보다 컸다.

이 차이만으로 방제 실패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집계는 예찰 범위와 조사 시점, 신규 발생과 누적 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후와 지형, 인접 지역의 감염 상황, 제거 시점도 확산에 영향을 준다. 예산 투입액만으로 방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행정은 연도별 발견 본수와 제거 본수, 처리 완료 시점, 재발생률을 같은 기준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예방나무주사를 놓은 면적과 고사목 제거량도 구분해야 한다. 투입 예산을 작업량과 결과에 연결해야 증액이 부족했는지, 집행 방식에 개선점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도내 감염목 90%가 동북부에 집중

경기도가 10월 5일 공개한 최신 집계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도내 감염목은 116,665본이다. 전년 같은 조사 기간보다 67.8% 늘었다. 가평·양평·포천·남양주·광주 등 동북부 5개 시군에 약 90%가 집중됐다. 가평의 문제를 한 시군 안에서만 풀기 어려운 이유다.

도의회 회의에서 제시된 99,587본은 집계 시점과 기준이 다른 앞선 수치다. 경기도 최신 집계 116,665본과 같은 기간의 값처럼 직접 등치하거나 단순 증감률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가평의 2025년 72,507본 역시 도의 2025년 6월~2026년 5월 수치와 기간이 달라 도내 비중으로 바로 환산하기 어렵다.

비교가 성립하려면 5개 시군이 같은 조사 기간과 판정 기준을 써야 한다. 경계 지역의 감염목을 어느 시군 실적으로 잡는지, 공동 방제 작업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도 통일해야 한다. 시군별 순위보다 감염 경로와 방제 공백을 함께 보는 광역 지표가 필요한 대목이다.

긴급계약 뒤에도 남는 책임의 공백

가평군은 10월 12일 ‘2026년 생활권 주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 제거 사업’과 ‘2026년 하반기 소나무재선충병 긴급방제사업(예방나무주사)’ 입찰을 각각 공고했다. 두 공고의 기초금액은 1억366만1,000원과 1억1,709만2,000원으로, 합계 2억2,075만3,000원이다. 이는 사업 발주 단계의 금액으로, 계약 체결이나 작업 완료 실적과 같지 않다.

공고 뒤에는 대상지 확정, 계약, 벌채·파쇄 또는 주사 작업, 검수, 사후 예찰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제거 수량과 처리 장소, 작업 기한, 검수 결과를 공개해야 긴급성이 품질 저하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산주 통지와 작업 동의, 훼손·손실에 대한 처리 기준도 분쟁을 줄이는 핵심이다.

경기도와 가평군은 확산세를 끊기 위한 집중 방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도의회에서는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비 지원 비율을 70%에서 100%로 높이고 산주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는 의회의 요구일 뿐 확정된 정부 정책은 아니다. 재원 부담을 누가 맡을지와 사유재산 손실을 어디까지 보전할지는 별도 결정이 필요하다.

국비 확대와 함께 세울 집행 기준

특별방제구역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첫째, 같은 기준으로 만든 월별 피해·제거 지도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생활권과 확산 경계부 등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약별 목표 본수와 완료율을 연결해야 한다. 셋째, 가평과 인접 시군이 예찰·방제 일정을 함께 조정하고 경계 지역의 책임 기관을 미리 정해야 한다.

산주 지원도 선언에서 집행 기준으로 옮겨야 한다. 작업 통지 기한, 이의 제기 절차, 손실 산정 방식, 지원 대상과 재원을 구체화해야 한다. 국비 100% 지원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행 재원으로 할 일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일을 나눠 제시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10월 29일 지정 여부가 확인되면 다음 검증 대상은 후속 시행계획이다. 구역 지정 자체가 성과가 아니라 피해 증가세가 꺾였는지, 제거가 제때 끝났는지, 산주와 주민에게 비용과 위험이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았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가평의 7만2,507본이라는 공식 집계는 예산 규모와 함께 측정 가능한 집행 결과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공식 원문 및 확인 범위

  1.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 지정 행정예고(2026-10-13, 국민건강보험 법령정보 미러)
  2. 경기도, 가평 특별방제구역 행정예고 및 남이섬 대책 논의 자료(2026-10-15)
  3. 경기도,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자료(2026-10-05)
  4. 경기도의회 회의록, 국비 확대·산주 손실보전 건의(2026-09-08)
  5. 가평군, 2026년 생활권 주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 제거 사업 입찰 공고(2026-10-12)
  6. 가평군, 2026년 하반기 소나무재선충병 긴급방제사업(예방나무주사) 입찰 공고(2026-10-12)
  7. 경기도, 양평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현장 자료

이 기사는 공개된 공식 문서와 통계를 대조해 작성했다. 기자는 현장을 방문하거나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다. 직접인용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행정예고와 확정 정책, 입찰 공고와 계약·준공 실적을 구분했다.

경인블루저널 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