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장애인의 의료공백은 병원까지 가는 길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기연구원이 9월 22일 공개한 연구 결과는 이동뿐 아니라 예약·진료·수납, 퇴원 뒤 건강관리까지 이어지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드러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승용차 기준 30분·60분 서비스권역 지도
경기도 내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승용차 기준 30분·60분 서비스권역을 나타낸 연구 지도. 2026년 5월 도내 시설 기준, 2026년 9월 22일 공개. 실제 환자의 이동기록이나 모든 산부인과의 분포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출처=경기연구원·경기도뉴스포털,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공식 원문

늦어진 진료를 보여주는 조사

연구진이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경기도 응답자 1,463명을 분석한 결과, 251명인 17.2%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여성 응답자는 20.3%, 남성은 15.3%였다. 1인 가구는 21.8%였고, 장애인 본인이 가구주인 한부모·자녀 가구는 23.1%였다. 의료기관의 존재뿐 아니라 이동을 돕거나 진료를 함께 준비할 자원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 수치는 2026년 현재의 새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다. 올해 8월 발행된 ‘경기도 장애인 건강증진 및 보건관리 체계 구축 방안 연구’가 2023년 국가조사 원자료를 재분석한 값이다. 연구는 2025년 등록장애인 현황과 별도의 2026년 설문도 활용했다. 자료마다 기준 시점과 대상이 달라 하나의 최신 비율처럼 합쳐 읽을 수는 없다.

이동과 병원 절차가 겹치는 장벽

연구진은 의료이용의 어려움을 교통 문제 하나로 설명하지 않았다. 장애 특성에 따라 동행자 확보, 의사소통, 진료환경, 비용 부담이 함께 작용하고, 검진·재활·복지·교통 서비스가 기관과 사업별로 나뉘어 연속적인 지원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접수와 검사, 여러 진료과 이동을 혼자 처리하기 어렵다면 접근성 문제는 남는다.

연구진이 4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별도로 실시한 설문에는 도내 장애인 379명이 참여했다. 의료기관 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묻는 문항에는 214명이 답했다. 복수응답 결과 예약·진료·수납을 잇는 원스톱 서비스가 56.5%, 전용 교통수단 39.3%, 통합상담창구 38.3%였다. 이 조사는 관련 기관을 통한 자발적 참여 방식이어서 경기도 전체 장애인의 의견으로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결과에서 정책의 질문은 차량을 몇 대 늘릴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동 지원을 받은 사람이 병원 안에서 진료를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어느 기관이 연결을 맡을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제안이다.

시군마다 다른 인구와 진료 여건

보고서에 제시된 2025년 경기도 등록장애인은 59만1,698명이다. 65세 이상은 53.3%였다. 수원시는 4만4,631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았지만, 지역 인구 대비 등록장애인 비율은 가평군 7.9%, 연천군 7.7%, 수원시 3.6%로 달랐다. 절대 인원이 많은 도시와 고령화·이동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외곽지역의 수요를 같은 기준으로 배분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2026년 5월 기준 도내 장애인 특화 의료기관 7개 유형, 391개소의 승용차 접근시간도 분석했다. 도내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의 60분권 밖으로 추정된 비율은 가평군 91.9%, 연천군 85.9%였다. 반면 등록기관이 많은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도 전체 추정 장애인 인구의 97.4%가 30분권에 포함됐다. 도내 1개소인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17.9%였다. 이는 일반 산부인과 전체의 접근성을 뜻하지 않는다.

지도는 도로 제한속도에 계수를 적용하고 격자 인구로 장애인 분포를 추정한 모형이다. 도내 지정기관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타 시도 의료기관 이용 가능성까지 모두 반영한 결과도 아니다. 콜택시 배차 대기나 진료 예약시간을 실제 측정한 값이 아니며, 산부인과 비율의 분모 역시 여성 환자만이 아닌 전체 추정 장애인 인구다. 시설까지의 거리와 실제 진료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확충 계획과 당사자의 이행 요구

정부는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2월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은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한다. 전담창구·진료동행·의사소통 지원 등을 통합하는 장애친화병원을 2027년 4개 시도에서 시작해 2030년 최소 8개 시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침대형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 도입 지원과 퇴원 뒤 지역사회 연계도 담았다. 이미 모든 지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뜻은 아니다.

당사자 측은 기관 수만 늘려서는 이용 경험이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윤다올 책임은 4월 21일 세미나 자료집에서 이용률과 비용 부담 완화를 성과지표로 삼고, 지역별 차등 지원과 당사자의 정책 평가 참여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김신애 대표도 같은 자료집에서 병원 진료와 일상의 건강관리가 끊기는 문제를 짚었다.

정부 계획은 복합적인 진료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쟁점은 확충 자체의 찬반보다 실제 운영 인력과 비용, 지역별 이용 가능성, 지원을 연결할 책임이 얼마나 구체화되는가에 있다. 위 의견들은 공개 자료에 담긴 입장이며 이번 기사에서 별도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시설 수를 넘어 연결 성과를 볼 때

경기연구원 연구진은 도 단위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과 보건·복지·교통 부서를 잇는 조정체계를 제안했다. 기존 장애친화 기능을 가진 의료기관부터 거점 기능을 키우고, 권역별 수요와 진료역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연구 제안으로, 경기도의 확정 예산이나 시행 일정으로 볼 수는 없다.

지원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기관 지정 현황에 더해 실제 진료 완료, 동행·통역 지원, 퇴원 후 서비스 연결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인구 규모가 큰 도시와 외곽 시군의 수요 차이를 드러낼 자료도 필요하다. 연구진이 제시한 통합 지원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지점이다.

이번 연구는 오래된 국가조사와 새로운 정책 수요를 함께 보여준다. 남은 과제는 조사 결과를 현재의 서비스 점검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경기도의 의료접근성 개선은 병원에 갈 수 있는지뿐 아니라 진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필요한 지원이 이어지는지로 평가할 수 있다.


확인한 공식 원문

경인블루저널 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