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표함 닫히면 정보도 닫힌다? 유권자 알 권리 기만하는 ‘깜깜이 선거법’

<AI로 생성한 이미지>
투표용지에 기표 도장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유권자의 ‘알 권리’도 함께 증발해 버렸다.
최근 기자는 용인 지역 선출직 당선자들의 재산, 병역, 세금 납부 내역 등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자질 검증 자료를 확인하고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정보 제공이 아닌 ‘취하 권유’와 ‘비공개 통보’였다.
선관위 측이 내세운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49조 12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후보자의 재산이나 병역, 납세 등의 핵심 정보는 ‘선거 기간 중’에만 한시적으로 공개되며, 선거일 이후에는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면 당선인의 선거 공보물은 남아있으나, 정작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들은 자정 무렵 마법이 풀려버린 신데렐라처럼 일제히 자취를 감춘다.
이러한 법의 맹점은 유권자를 오직 선거철에만 ‘표를 던지는 거수기’로 취급하는 심각한 기만행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의 역할은 투표소 문을 나서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후보자가 당선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지역 행정을 이끌고 권한을 행사하는 임기 내내, 그들의 재산 변동 과정과 과거의 기록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선거 전의 투명성이 선거 직후 ‘불투명’으로 전환되는 작금의 제도는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거대한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더욱 씁쓸한 것은 시민의 정당한 정보 요구를 대하는 행정 당국의 태도다.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관할 구역(용인시 처인·기흥·수지구)을 각각 나누어 청구하지 않았다는 행정적 절차를 이유로, 법적 비공개 대상임을 강조하며 시민에게 직접 시스템에 로그인해 ‘취하’할 것을 종용하는 모습은 관료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투명한 정보 제공을 위해 절차를 안내하고 돕기보다는, 행정적 편의를 앞세워 시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지역 행정의 혁신과 권력에 대한 투명한 감시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기본 정보가 상시적으로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선거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시대착오적인 공직선거법은 시급히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유권자는 선거철에만 반짝 대우받는 손님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영원한 주인이자 감시자다. 투표함의 자물쇠가 채워졌다고 해서, 유권자의 눈과 귀까지 가려버릴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