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제도가 서민들을 신용불량의 늪으로 밀어 넣는 '수탈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조합원이 사업 주체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적 맹점을 악용해,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가 결탁하여 막대한 이익을 편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사태는 지주택 제도의 폐단과 부패 카르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설명: 흰색 마스크를 쓴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서 "조합원은 피해자다!", "비리의 끝판왕 서희건설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 2년 차에 날아든 '추가분담금 청구서'… 벼랑 끝에 선 1,963세대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는 총 1,963세대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시립어린이집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품고 2023년 12월경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성공적으로 완료된 사업 같지만, 입주 2년 차에 접어든 현재 조합원들의 삶은 붕괴 직전이다.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이미 1가구당 평균 1억 원 이상, 총액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추가분담금을 납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구당 약 3,000만 원이 넘는 분담금을 추가로 징수하기 위한 총회가 예정되어 있어, 대출 한도가 바닥난 서민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입주가 완료되면 조합이 해산되고 재무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일반적인 아파트 사업과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구조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385억 공사비 부풀리기'와 뇌물 잔치
조합원들을 덮친 천문학적인 추가분담금의 배후에는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의 추악한 결탁이 있었다. 지난 2025년 7월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전 조합장 A씨는 시공사인 서희건설 부사장 B씨 등으로부터 공사비 증액 등의 대가로 23억 1,15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희건설 측은 공사비 증액을 조건으로 25억 원의 리베이트를 약속했고, 실제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3억 7,500만 원의 뇌물을 세탁해 지급하는 등 기업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정황이 드러났다.
* 비정상적인 공사비 폭등: 당초 2,964억 원이던 공사비는 합리적인 물가 인상분 142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허위 부풀리기를 통해 무려 385억 원이나 증액된 3,447억 원으로 폭등했다.
* 유령 계약과 중복 지출: 외부 용역업체와의 계약액이 5개월 만에 62억 원에서 12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거나, 시공사의 기본 업무를 외부 업체에 6억 원을 주고 이중 계약하는 방식의 배임 행위도 만연했다.

사진 설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서희건설, 조합원 돈 250억... 피같은 조합원 돈 돌려달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부당한 공사비 증액에 항의하고 있다.
전국 시름 앓게 하는 서희건설의 '약탈적 사업' 논란
서희건설의 이러한 행태는 비단 용인 보평역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남양주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서희건설의 무리한 공사비 증액 요구로 사업이 표류하며 조합에 815억 원의 부채가 쌓였고, 결국 단지 전체가 통경매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와 대구 두류 현장에서도 조합원들이 가장 취약한 '입주 직전'을 노려 일방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통보해 거센 반발을 샀다.
도덕적 해이는 최고경영진으로도 향하고 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증여하며 인사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 권력층에 뇌물을 상납했다는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국가의 방관, 사각지대에 내몰린 국민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행정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주택 사업장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용인 보평역 사업장은 단지 '입주를 완료했다'는 행정 편의주의적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법부 역시 꼬리 자르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조합원들은 전 조합장 가족의 차명 재산 은닉 정황과 지역 유력 정치인들에게 흘러간 로비 자금 내역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들에 대한 기소와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 설명: 한 시위 참가자가 "국가가 만든 지주택 국민이 무너진다", "지주택 만든건 국가 피해는 서민들"이라는 노란색 깃발을 들고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법리적 방어전 돌입… 근본적 제도 수술 시급해
궁지에 몰린 조합원들은 최근 사법부의 진일보한 판례를 무기 삼아 법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 안심보장증서 무효화: 총회 결의 없이 남발된 환불 약정(안심보장증서)은 원천 무효이며, 이에 따라 가입 계약 자체를 취소하고 납입금을 반환받으려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 자격 상실 활용: 무한책임의 굴레를 벗기 위해 일시적 전출 등으로 세대주 요건을 상실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채무를 면탈하는 고육지책도 동원된다.
* 청산 법리 적용: 입주가 끝난 조합이 잉여 채무를 정리하지 못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실을 추가분담금으로 전가하는 것은 청산 목적을 벗어난 권한 남용이라는 법적 제동도 걸리고 있다.
용인 보평역 사태는 개인의 투자 실패가 아닌, 부패한 건설 자본과 권력의 결탁이 낳은 '합법적 약탈장'의 실체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공공 에스크로 제도를 통한 자금 관리 투명화, 외부 회계 감사 강화, 시공사의 자의적 공사비 부풀리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주택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리로 나선 1,963세대의 피눈물이 대한민국 주택 정책의 병폐를 도려내는 메스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