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전례 없는 윤리 위기에 빠져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현직 도의원 3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운영위원장은 성희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징계를 담당하는 윤리특별위원회는 1년 넘게 단 한 건의 징계도 처리하지 못한 채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급기야 2025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의회는 전년보다 2단계 하락한 최하위 5등급을 받아, 전국 17개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라는 위상이 '전국 최악의 비리의회'라는 오명으로 뒤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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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S 뇌물 스캔들: '청렴 서약' 한 달 만의 배신


2025년 경기도의회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은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사업 관련 대규모 뇌물 스캔들이었다. 7월 28일 안산상록경찰서는 48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 4명과 전직 시의원 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집행했다. 이들은 ITS 사업체 운영자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어 8월 26일 현직 도의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구속된 의원은 이기환(안산6), 박세원(화성3), 정승현(안산4) 의원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알선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뇌물 수수 규모는 이기환 전 의원 2억 1,735만 원, 박세원 의원 2억 8,800여만 원, 정승현 의원 4,000만 원 등 총 5억 원 이상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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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시점에 있다. 경기도의회는 불과 한 달 전인 7월 15일 여야 의원 156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 실천 약속을 위한 청렴 서약식'을 열고, 법규 준수 및 부패 예방, 부당 이익 추구 금지, 금품·향응 수수 금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서약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청렴 서약'은 도민을 기만한 위선의 제스처로 전락했다.


2025년 11월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태도는 갈렸다. 이기환 전 의원과 박세원 의원은 뇌물 혐의를 부인한 반면, 정승현 의원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이기환 의원은 9월 29일 사직서를 제출해 의원직에서 물러났으나, 박세원·정승현 의원은 사직서를 내지 않은 채 여전히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 운영위원장 성희롱 사건과 행정사무감사 파행


ITS 뇌물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의회를 뒤흔든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양우식 의회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의 성희롱 사건이다. 양 위원장은 2025년 5월 9일 도의회 5층 운영위원장실에서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고 말한 사무처 직원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암시하는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은 10월 28일 모욕 혐의로 양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는 기소 이후에도 양 위원장이 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당원권 정지 6개월과 당직 해임이라는 경미한 징계를 내렸을 뿐, 의원직 관련 조치는 일절 없었다. 도의회 차원에서도 어떠한 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태는 11월 19일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폭발했다. 경기도 비서실장과 보좌진은 "성희롱 혐의로 기소된 양 위원장이 주재하는 행정사무감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출석을 전면 거부했다. 이는 피감기관이 감사 자체를 거부한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도의회와 도 집행부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본회의가 취소되고,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은 삭발 후 단식 투쟁에 돌입해 10일 만에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김동연 지사가 도의회를 찾아 유감을 표명하고 조혜진 비서실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양 위원장은 2026년 2월 현재까지도 운영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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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특위의 무력화: '제 식구 감싸기'의 구조적 실패


경기도의회 윤리 위기의 핵심에는 윤리특별위원회의 기능 마비가 있다. 2025년 11월 기준 윤리특위에는 8명의 의원에 대한 11건의 징계요구안이 접수되어 있었다. 김민호 의원(행동강령 위반·알선 및 청탁 금지 위반), 유호준 의원(품위유지의무 위반 2건), 고준호 의원(폭행·동료 의원 명예 실추), 양우식 의원(직권남용·성희롱), 이용호 의원(겸직금지 위반), 이병길 의원(품위유지 위반), 김성수 의원(품위유지 위반), 김동영 의원(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이다.


규정상 윤리특위는 징계요구안을 회부일로부터 3개월 내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안건은 제출된 지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2025년 6월에는 이미 자문 결과가 나온 징계안 6건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다시 돌려보내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징계 대상 의원들이 자문위에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으나, 관련 규정에 자문위 소명 근거 자체가 없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9월과 11월에는 여야 간 특정 안건 처리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회의가 무산되었다. 11월 6일에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위원 12명 중 5명만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대다수 불참 위원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2025년 한 해 동안 윤리특위는 단 한 건의 징계도 의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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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렴도 5등급: '일회성 낙인이 아닌 구조적 경고'


2025년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의회는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전년 대비 2단계가 하락한 결과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1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으나, 인천시의회와 함께 5등급이라는 최저 성적표를 받은 것은 경기도의회에 있어 뼈아픈 대목이다.


경기도의회는 2023년에도 5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대대적인 자정 노력을 벌여 2024년 3등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으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최하위로 추락한 것이다. 종합청렴도 평가는 약 30만 명이 참여하는 설문 기반의 '청렴체감도', 기관의 반부패 노력을 평가하는 '청렴노력도', 그리고 부패사건 발생 현황을 감점 반영하는 '부패실태 평가'를 합산해 산출된다. ITS 뇌물 사건과 양우식 운영위원장 성희롱 기소 등 고위직 비위가 잇따르면서 '부패실태 평가'에서 대폭 감점된 것이 5등급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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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위의 연쇄와 무감각: 해외출장 논란까지


비리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경기도의회는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뇌물 구속 사태 직후인 2025년 9월 임시회가 끝나자마자 전체 13개 상임위원회 중 8개 상임위가 일제히 해외출장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각 위원회별 출장 경비는 3,500만~4,700만 원 수준으로, 총 경비는 3억 2,000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었다. 일부 출장 일정표에는 국립공원, 재래시장, 대성당 관람 등 관광 성격의 방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기도협의회는 "뇌물·성희롱·회계부정 의혹이 수사 중인데 혈세로 무더기 해외출장을 간다니 납득이 안 간다"며 도의원들의 도민 눈높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우식 운영위원장이 행정사무감사 파행 사태 속에서 아랍 두바이·이집트 카이로 국외 출장을 계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더욱 커졌다.



■ '제도 부재'와 '정치 논리'가 만든 윤리 사각지대


경기도의회의 윤리 위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제도적 한계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윤리특위의 구조적 한계다. 동료 의원이 동료 의원을 심판하는 구조에서 실효적 징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6대 6으로 구성된 윤리특위에서 한쪽 당이 불참하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고,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불참 전략'이 사실상 징계 방어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둘째, 의석수 계산이 윤리 판단을 압도한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76석, 국민의힘 75석으로 단 1석 차이의 팽팽한 구도다. 비위 의원을 제명하면 의석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양당 모두 탈당 처리로 무소속 전환시킨 뒤 윤리특위를 열지 않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상임위원장 불신임 제도가 부재하다. 양우식 사건에서 드러났듯, 기소된 위원장을 해임할 법적 수단이 현행 체계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2025년 12월 상임위원장 불신임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6·3 지방선거, 공천이 곧 '도민 심판'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26년 6월 3일로 확정된 가운데, 경기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은 이미 2월 20일부터 시작됐다. 각 정당의 공천 심사는 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선 9기 경기도의회 의원 전원이 새로 선출된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4년간 보여준 참담한 윤리 실태를 감안하면, 이번 공천 과정은 단순한 당내 절차가 아니라 경기도의회의 도덕적 수준을 결정짓는 최초이자 최후의 관문이다.


지난 임기 동안 뇌물수수로 구속된 의원, 성희롱으로 기소된 의원,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의원, 겸직금지 규정을 어긴 의원이 속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비위 의원들에 대해 탈당 처리 외에 실질적 책임 추궁에 나서지 않았다. 뇌물로 구속된 의원 2명은 사직서조차 내지 않은 채 의원직을 유지했고, 성희롱으로 기소된 운영위원장은 반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양당이 의석 계산에 매몰되어 윤리 문제를 방치한 것이 이번 사태의 공범 구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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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심사까지 남은 시간은 사실상 한두 달에 불과하다. 지금 검증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또다시 비위 전력자가 도의회에 입성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에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다. 공천 검증 단계에서부터 부적격 인물을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뇌물·횡령 등 금품 관련 전과자, 성범죄·성희롱 이력 보유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경력자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공천 룰'의 선언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이다. 특히 현직 의원 중 징계요구안이 접수된 의원,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에 대해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방패 삼아 공천 심사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도민의 대의기관에 입성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공천 심사는 사법 절차와는 엄연히 다른 정치적·도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이름 아래 비위 전력이 있는 현직 의원이 아무런 검증 없이 재공천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번 임기 경기도의회에서 불거진 비위 사안의 상당수는 재선·다선 의원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의정 경험이 오히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된 셈이다. 양당은 이번 공천에서 최소한 다음의 기준을 도입하고 공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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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은 정당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이자, 유권자에 대한 가장 무거운 책임이다. 2025년 경기도의회가 보여준 참상은 결국 공천 과정에서 부적격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 데서 출발했다. ITS 뇌물 사건의 구속 의원들, 성희롱 기소 의원, 품위유지의무 위반 의원들 모두 정당의 공천을 받아 도의회에 입성한 인물들이다. 정당이 비위 전력자에게 공천이라는 '면허증'을 발급하는 순간, 그 뒤에 벌어지는 모든 비리의 1차 책임은 공천권자에게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6·3 지방선거가 '경기도의회를 도민의 손에 되돌려줄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비리나 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는 다음부터 뽑아주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이러한 악습이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을 당만 보고 뽑아준 국민들도 책임이 있다."

— 정치권 관계자, 수도시민경제 인터뷰 (2025.09.24)


도민 역시 이번 선거에서 '당 이름'이 아닌 '후보의 자질'로 투표하는 성숙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방의회는 도민의 세금을 감시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인물이 정당의 간판만으로 당선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민선 9기 경기도의회 역시 민선 8기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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