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을 잇는 1조3,305억 원 규모 고속도로 구상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경기도·강원특별자치도·포천시·철원군은 9월 4일 국회에서 협약을 맺고 사업 통과를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협약은 착공 결정이 아니다. 24㎞의 새 길이 접경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얼마나 바꾸는지, 그 편익이 비용과 건설 위험을 감당할 만큼 구체적인지를 검증받는 단계다.

경기북부 산악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구상을 표현한 항공 사진 형식의 자료 이미지
경기북부와 강원 접경권을 잇는 고속도로 구상을 상징해 제작한 자료 이미지. 실제 포천~철원 고속도로의 노선도나 공사 현장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다. 제작=경인블루저널

현황 — 24㎞에 1조3,305억 원, 아직 ‘조사 중’

현재 구상은 포천시 신북IC에서 철원군 신철원 일대까지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연장하는 사업이다.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북쪽 접경지역까지 잇는 연결축으로, 총연장 24.0㎞와 총사업비 1조3,305억 원이 제시됐다. 업무협약 관련 경기도 보도자료는 예타 평가가 ‘10월 중’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조사현황에는 이 사업이 ‘2025년 제1차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조사 의뢰일은 2025년 6월 5일로 등록돼 있다. 9월 5일 확인한 KDI 조사현황에는 1차 점검회의까지 진행 표시가 있고 2차 점검회의·평가위원회 심의·의결·조사완료 표시는 없다. 따라서 ‘사업 확정’, ‘예타 통과’, ‘착공 예정’으로 표현하면 사실을 앞서간다.

원인 — 수도권의 끝에서 끊긴 도로망

추진 기관들이 내세우는 핵심은 교통복지와 균형발전이다.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포천 신북IC에서 사실상 끝나 철원으로 가려면 일반도로를 이용해야 하고, 접경권의 산업·관광·생활 이동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경기도는 이 도로가 개통되면 포천~철원 이동시간이 50분에서 15분으로 줄 것으로 추정했다.

포천시와 철원군이 단순한 인접 지자체만은 아니라는 제도적 배경도 있다. 2025년 3월 시행령 개정 뒤 두 지역은 가평군·속초시 등이 포함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상 접경지역 17개 시·군에 속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들 지역이 장기간 안보 부담과 중첩 규제로 발전 제약을 겪었다고 설명한다. 통행 수요·비용 분석에 접경지역의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어떻게 반영할지는 추진 기관들이 이번 평가를 앞두고 제기한 쟁점이다.

데이터 — 1㎞당 554억 원, ‘35분 단축’의 전제를 물어야

제시된 총사업비를 연장으로 단순 나누면 1㎞당 약 554억 원이다. 이는 터널·교량 비중과 보상비, 물가 상승, 정확한 노선 조건을 반영한 공사비 평가가 아니라 규모를 이해하기 위한 계산값이다. 반대로 50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든다는 추진 기관 전망은 35분, 비율로는 70% 단축이다.

9월 4일 경기도 보도자료에는 두 숫자의 세부 전제가 제시되지 않았다. 50분은 어느 출발점과 도착점, 어느 시간대, 어떤 교통 상황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가 제시돼야 한다. 예상 교통량도 승용차·화물차·관광 수요로 나눠 평일과 주말을 따져야 한다. 비용 역시 정확한 노선과 터널·교량 비율, 유지관리비까지 공개해야 비교가 가능하다.

사례와 평가 — 경제성만도, 명분만도 아닌 예타

예타는 비용 대비 편익만 보는 절차가 아니다.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일반부문 연구」는 경제적 타당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분석과 종합평가를 별도 장으로 다룬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과 국가 간선축의 연속성은 정책성·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4개 관계기관이 공동 건의에 나선 것도 이 지점을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세운 ‘70년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수요 예측과 비용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고속도로가 생긴 뒤 관광객과 기업이 실제로 늘어날지, 늘어난 통행이 지역 상권에 머물지 아니면 더 큰 도시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될지도 따져야 한다. 도로 개통과 지역 성장 사이에는 산업 입지, 대중교통, 관광 체류 프로그램, 정주 여건이라는 중간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반론 — 1조 원대 도로가 최선인가

검토해야 할 반론은 한정된 국가 재원을 어디에 먼저 쓸 것인가다. 같은 재원으로 기존 국도의 병목 개선, 대중교통 확충, 응급의료 접근성 보완을 할 때 얻는 편익과 비교해야 한다. 예타 통과 여부만을 목표로 삼으면 이런 대안 비교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환경과 공사 위험도 빠질 수 없다. 정확한 노선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산림 훼손 가능성, 하천·야생동물 이동축 영향, 터널 공사 위험과 비용 상승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는 사업을 무조건 막자는 논리가 아니라, 건설·운영 과정의 부담을 사업비와 운영비, 경제성 분석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추진 측은 경제성만으로 접경지역 사업을 판단하지 말고 접근성 개선과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주민의 통근·통학·의료 이동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생활권 단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안·전망 — 통과 여부보다 다섯 가지 근거를 공개하라

평가 결과와 함께 공개돼야 할 것은 적어도 다섯 가지다. 첫째, 구간별·차종별 예상 교통량과 오차 범위. 둘째, ‘50분→15분’ 산정의 출발·도착점과 시간대. 셋째, 터널·교량·토공 비율과 항목별 사업비. 넷째, 물가와 공사 지연을 반영한 비용 민감도. 다섯째, 도로 개통 효과를 포천·철원 안에 머물게 할 산업·관광·대중교통 연계 계획이다.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삽을 뜨는 것은 아니다. 타당성조사와 기본설계·실시설계, 예산 반영, 인허가, 보상 등의 절차가 남는다. 반대로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접경지역 이동권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병목 구간 우선 개선이나 단계별 건설, 광역버스·철도와의 환승 강화 같은 대안이 이어져야 한다.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길 하나를 놓을 것인가’만 묻는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북부와 강원 접경권의 격차와 희생을 국가 재정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를 묻는다. 향후 평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찬성의 명분과 반대의 비용론을 넘어, 주민 생활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검증 가능한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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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블루저널 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