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벼랑 끝 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견된 참사, 묵살된 경고
전력·용수·RE100 ‘3중고’에 622조 국책사업 좌초 위기 송전망 막히고 물 부족 심화… 정치권선 “새만금 이전” 급부상 ‘용인에너지공사’ 제안 외면한 용인시, 골든타임 놓친 책임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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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블루저널=박용환 기자] 2026년 1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 될 것이라던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위기에 처했다.
총 투자 규모 622조 원,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전력 공급 불능’, ‘용수 확보 실패’, ‘RE100 이행 불가’라는 현실의 벽 앞에 무색해졌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점화된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물리적 한계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자, 중앙정부와 용인시의 거버넌스 실패를 증명하는 뼈아픈 성적표다.
위기의 핵심은 전력이다. 용인 클러스터 정상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16GW. 이는 원전 16기를 동시에 돌려야 하는 막대한 양으로, 2024년 기준 국가 전체 최대 전력 부하의 16%를 상회한다.
정부는 동해안 원전 전력을 끌어오려 했지만, 수도권 관문인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로 송전망 동맥이 끊겼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삼성과 SK를 위해 왜 우리 지역이 전자파와 경관 훼손을 감수해야 하느냐”며 ‘에너지 식민지’ 반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급한 불을 끄겠다며 내놓은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자충수다.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LNG의 전체 탄소 발자국은 석탄보다 심각할 수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 전 세계 사업장 배출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결과를 초래해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 물이 마르다: 한강의 비명과 ‘물 전쟁’
전력이 핏줄이라면 용수는 혈액이다. 그러나 하루 134만 톤에 달하는 용인 클러스터의 물 수요는 용인시 전체 인구 4배가 쓰는 양과 맞먹는다. 이미 포화 상태인 팔당댐을 대신해 화천댐 발전용수를 끌어오겠다는 정부 계획은 강원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춘천과 화천 등지에서는 “수도권 규제 희생도 모자라 이제 물까지 내놓으라는 것이냐”며 ‘물 전쟁’을 선포했다.
◆ RE100의 벽: ‘나쁜 반도체(Dirty Chip)’는 팔 수 없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다.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공급망 전체에 탄소 중립을 요구한다. 그러나 LNG와 원전에 의존하는 용인 클러스터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탄소 반도체’로 낙인찍혀 수출길이 막힐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전북 새만금이나 호남권으로 생산 기지를 옮겨야 한다는 ‘지방 이전론’은 더 이상 급진적 주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냉정한 경제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묵살된 시민의 제안… 용인시의 ‘우매함’이 부른 위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용인시의 책임이 크다. 2025년 10월, 용인 지역 시민단체 ‘용인블루’는 ‘용인에너지공사(YECo)’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시민 펀드로 자금을 조성해 공공부지 태양광과 가상발전소(VPP)를 구축, 에너지 자립을 이루자는 혁신적인 ‘에너지 분권’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상일 용인시장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도로와 철도 등 토건 인프라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산업단지의 심장인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할 일”이라며 손을 놓았다. 이제 와서 지방 이전 논의를 두고 “우매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사회의 선제적 제안을 묵살하고 골든타임을 허비한 용인시정이야말로 ‘우매함’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결론: 분산과 자립만이 살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위기는 중앙 집권적 개발 방식과 관료주의가 빚어낸 거버넌스의 참사다. 지금이라도 용인시는 ‘용인에너지공사’ 설립 제안을 수용해 시민 참여형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16GW를 한곳에 몰아넣는 불가능한 계획을 수정하여, 전력 다소비 공정을 재생에너지 풍부 지역으로 분산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한다면, 용인은 세계 최대 반도체 도시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좌초 자산’을 떠안은 도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