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기존 사업 5,465억 원을 덜어내면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750억 원을 추가로 내부 차입하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다.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취득세 등 지방세 3,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인 돌봄과 학교급식 등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은 채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5,465억 원을 삭감했다고 전체 예산도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확정된 제1회 추경은 41조6,799억 원이었고, 이번 제출안은 이보다 5,621억 원 늘었다. 기존 사업 감액과 새 세입·세출을 모두 합친 예산 총액의 증감은 다른 계산이다. 쟁점은 예산의 외형보다 경기도가 실제로 재량껏 쓸 수 있는 돈과 앞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이번 안은 아직 확정 예산이 아니라 9월 경기도의회 심의를 앞둔 제출안이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이 경기도청에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는 모습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이 2026년 8월 19일 경기도청에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원본 그대로 사용. 사진 원문

42조 예산인데 왜 ‘비상’인가

경기도가 밝힌 직접 원인은 세입 감소다. 도세의 핵심인 취득세가 부동산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데, 올해 지방세 수입은 계획보다 3,0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복지와 돌봄처럼 대상자가 늘면 함께 증가하는 의무성 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다.

경기도의 2026년 상반기 재정공시를 보면 재정자립도는 44.4%다. 2022년 55.7%보다 11.3%포인트 낮다. 재정자립도 하락이 곧 지급불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체 수입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는 신호다. 도 기획조정실이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약 40조 원의 전체 예산 가운데 자체적으로 활용할 투자재원은 약 3조5,000억 원이다.

5,465억, 무엇을 덜어냈나

도는 행사성·일회성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규모와 시기를 다시 따져 기존 예산 5,465억 원을 감액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대표 항목은 선거관리위원회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4,800만 원, 부곡 국지도 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5,000만 원이다. 행정운영경비 222억 원과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 원도 줄였다. 도의회는 국외여비 14억 원과 인건비 9억 원을 감액안에 넣었다.

이 항목들을 모두 같은 ‘낭비성 예산’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행정경비 절감과 공사 보상비의 집행 시기 조정, 보증기관 출연금 감액은 성격과 후속 영향이 다르다. 경기도 발표자료에 공개된 대표 사례만으로는 나머지 감액 내역이나 시군별 영향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 도의회 심의에서 전체 감액표와 사업별 지연 비용을 함께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민생예산 2,464억을 다시 채웠다

줄인 돈은 본예산에 온전히 담지 못한 사업으로 옮겨졌다. 도는 취약계층 생계·돌봄과 안전 분야에 2,464억 원을 편성했다.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 원, 유·초·중·고 학교급식 584억 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 원, 청년기본소득 163억 원, 결식아동 급식 75억 원,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37억 원이 주요 항목이다.

저출산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에는 863억 원, 연내 준공이나 보상이 시급한 철도·도로 사업에는 298억 원을 더 담았다. 서비스 중단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그러나 해마다 필요한 돌봄·급식비를 본예산에서 일부만 확보하고 추경으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되면, 추경이 비상수단이 아니라 상시 재원조달 수단으로 굳어질 수 있다.

750억 내부차입이 드러낸 역설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빌리는 750억 원이다. 경기도는 8월 26일 공식 설명에서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 996억 원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추경에 편성한 시설·재가급여 전체 1,234억 원과 차입 목적의 시설급여 996억 원은 범위가 다른 수치다.

내부기금 차입은 금융기관에서 새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지는 않지만 상환 의무는 남는다. 도가 언급한 약 7조 원의 재정 부담도 한 종류의 빚으로 단순화하면 안 된다. 기획조정실이 도의회에 밝힌 구성은 지방채 약 1조9,000억 원, 지역개발기금 차입금 약 4조 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 차입금 약 1조1,000억 원이다. 만기와 금리, 상환 재원이 서로 다르다.

집행부는 예산 규모 대비 채무 수준이 다른 시·도보다 특별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내놨다. 동시에 원금 상환이 본격화하면 투자재원이 계속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인정했다. ‘당장 파산할 위기’와 ‘지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선택할 돈이 줄어드는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

세수 부족인가, 편성 실패인가

세수 감소만으로 책임 논쟁이 끝나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원 경기도의원은 도의회 예산안 검토자료를 토대로 2026년 본예산에 1억 원 이상 신규 자체사업 218개, 2,139억 원이 편성됐고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1억 원 이상 사업도 177개, 7,634억 원이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준에서 30% 이상 줄어든 사업도 393개, 8,491억 원이었다. 신규·증액 자체가 낭비라는 뜻은 아니지만, 필수사업보다 먼저 편성한 근거는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김한슬 경기도의원은 채무 현황 공개 자료를 내고 총액만 강조하지 말고 증가 시점과 원인, 차입금 사용처, 사업 효과, 이자와 상환계획을 함께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집행부의 세입구조 개선 주장과 의회의 예산편성 책임론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세수가 줄어든 구조적 원인과 한정된 재원을 배분한 정책 판단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

9월 심의가 확인할 세 가지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는 9월 1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심의가 확인해야 할 첫째는 5,465억 원 감액의 전체 목록과 수혜자·시군별 영향이다. 둘째는 750억 원을 포함한 기금 차입의 금리·만기·연도별 상환재원이며, 셋째는 이번에 되살린 민생사업의 2027년 이후 계속비를 본예산에 어떻게 반영할지다.

재정위기 조기경보를 예산편성 단계와 연결하고, 채무를 동일한 기준으로 분기마다 공개하며, 신규사업에는 향후 3~5년의 유지비를 함께 표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번 추경안이 민생 공백을 막는 응급처방이라면, 다음 본예산은 같은 공백을 되풀이하지 않는 처방이어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결론은 하나다. 경기도의 재정 문제는 42조 원이라는 예산 총액만으로도, 도가 광의로 합산한 ‘7조 채무’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줄였고 누구를 보호했으며 언제 어떤 돈으로 갚을지를 공개할 때 ‘재정 비상’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행정의 언어가 된다.


확인한 공식 원문

경인블루저널 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