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자 경향신문의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 보도는 지방의회 감시가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문제는 특정 지역의 일탈이 아니라, 주민 세금이 지방권력 주변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가까운 권력이다.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예산을 세우고, 도로를 고치고, 복지사업을 결정한다. 그래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는 국회보다 작아 보이지만, 주민 일상에는 훨씬 직접적이다.

가까운 권력일수록 감시는 더 촘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는 좁고, 이해관계는 오래 얽혀 있다. 의원, 단체장, 공무원, 업체가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일 때가 많다. 그 틈에서 수의계약은 가장 손쉬운 이권 통로가 된다.

경향신문은 2026년 7월 13일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에서 민선 8기 지방의원 관련 업체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계약정보를 대조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91명의 지방의원이 자신과 관련 있는 업체를 통해 소속 지방자치단체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계약정보는 535만여 건에 이른다.

보도는 업체 유형도 제시했다. 의원 본인이 당선 뒤에도 직위나 지분을 유지한 경우,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넘긴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부모·자녀·형제자매 등 가족회사가 계약을 받은 경우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다.

수의계약은 제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긴급한 공사, 소액 계약,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에는 필요하다. 문제는 예외가 관행이 되고, 관행이 권력의 보상 체계가 될 때다. 경쟁 절차 없이 계약이 반복되면 주민은 알기 어렵다. 업체는 단골이 되고, 의원은 영향력을 갖는다. 예산은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관계망을 따라 움직인다.

더 심각한 것은 견제 장치의 약화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의원 본인이나 가족, 측근 업체가 집행부와 계약을 맺는다면 감시자는 이해당사자가 된다. 예산 심의와 행정감사는 날카로워질 수 없다. 주민 대표가 주민 세금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세금이 주민 대표 주변을 지나가는 구조가 된다.

이 문제는 경북이나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인천도 예외일 수 없다. 수도권 지자체는 인구와 예산 규모가 크다. 개발사업, 도로·하천 정비, 용역, 행사, 홍보, 물품 구매 등 계약 영역도 넓다. 계약 규모가 클수록 이해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경인 지역 언론이 이 문제를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보다 공개 기준의 강화다.

첫째, 지방의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가 관련된 업체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 계약정보를 주민이 검색하기 쉬운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셋째, 의원 관련 업체와 소속 지자체의 계약은 별도 표시하고, 이해충돌 심사를 거치게 해야 한다.

넷째,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와 감사기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처럼 문제가 불거진 뒤 해명만 듣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전 단계에서 걸러내고, 계약 후에는 주민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은 사후 처벌보다 강한 예방책이다.

언론의 역할도 분명하다. 중앙 언론의 대형 기획 보도가 전국 문제를 드러냈다면, 지역 언론은 자기 지역의 장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의 기초의회, 광역의회, 산하기관 계약정보가 주민 눈높이에서 공개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정보공개청구와 데이터 분석도 이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는 신뢰로 유지된다. 주민은 의원에게 동네 살림을 맡겼지, 계약 기회를 맡긴 것이 아니다. 공직자가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선을 흐리면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경향신문 보도는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 동네 예산은 누구에게 흘러갔는가. 그 계약은 정말 주민을 위한 것이었는가. 경기·인천 지방의회도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답은 말이 아니라 공개된 자료와 검증 가능한 제도로 해야 한다.

[출처 및 참고]

경향신문, "[의원님은 수주왕] '수주왕'을 공개합니다...전수조사로 드러난 수의계약 의혹 지방의원은 누구?", 2026.7.13.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30600121

경향신문, "[의원님은 수주왕][단독] 실적도 없었는데 당선 후 '싹쓸이'...군수 조카와 측근들, 영양군 수의계약 휩쓸었다", 2026.7.13.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30600131

경향신문, "[의원님은 수주왕] 수의계약만이 아니었다...적법·편법·불법 안 가린 지방의원들의 끝없는 '이권 장사'", 2026.7.13.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3060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