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블루저널 심층기획①] 반도체 수도 용인, 그러나 전기는 준비되어 있는가

세계 최대 산업도시의 숨겨진 약점, '에너지'

2027년 이후 용인은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다시 그릴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사·이동읍 일원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용인을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닌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정부는 용인을 세계적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수백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국방산업까지 연결되는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 용인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있다.

"그 막대한 전기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첨단 장비와 기술, 인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공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첫 번째 조건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꼽는다.

반도체 생산은 단 한 번의 순간적인 정전도 허용하지 않는다. 수천억 원 규모의 생산설비가 멈출 수 있고, 생산 중이던 웨이퍼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전압이 아주 짧은 시간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AI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앞으로 국내 최대 전력 소비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단지가 본격 가동될 경우 원전 여러 기에 맞먹는 규모의 전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송전하고, 저장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용인의 현실은 다소 의외다.

용인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전담하는 에너지 조직이나 공기업이 없다. 전력 공급은 국가와 한국전력의 역할이라는 기존 체계에 의존하고 있으며, 용인시는 전력 정책을 스스로 기획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조직이 매우 제한적이다.

산업은 용인에 들어오지만, 에너지 전략은 여전히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미 곳곳에서는 경고음도 들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 확대와 함께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변전소 신설, 주민 수용성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전력망 확충이 늦어질 경우 산업 경쟁력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인프라를 추진할 경우 지역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전기를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지역 차원의 에너지 전략을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지금까지 용인은 도시개발과 기업 유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산업단지와 에너지, 탄소중립, RE100, 분산에너지, 전력망, 시민 참여를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행정 역량이 요구된다.

세계적인 산업도시는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장을 움직이는 전력과 에너지 시스템까지 스스로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용인은 지금 역사적인 갈림길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국가 정책에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지역 스스로 미래 에너지 전략을 준비하는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전기 문제를 넘어 용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 되고 있다.

경인블루저널은 이번 심층기획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용인에너지공사' 설립 필요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과연 용인은 세계 최대 반도체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에너지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