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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우리 선거 제도의 치명적인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당선자는 49.1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8.13%를 얻은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당선자가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투표한 시민의 절반 이상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포인트 남짓한 근소한 우위만으로 천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 권력을 100% 장악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현행 '단순다수대표제'가 지닌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시스템 하에서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사표(死票)가 양산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안 후보가 있더라도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마지못해 거대 양당 후보 중 '차악'을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강요받는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여 이른바 '제왕적 단체장'이라 불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과반의 동의 없이 선출된다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나아가 정책 추진력 저하와 지역 내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더욱 씁쓸한 것은 정치권의 노골적인 이중성이다. 거대 양당은 공직선거에서는 단순다수제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당내 선거에서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 청주시장, 충주시장 등 여러 기초단체장 공천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자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역시 당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장동혁, 김문수 후보 간의 결선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당의 지도부를 뽑을 때는 절대다수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결선투표를 촘촘히 설계해 놓으면서,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를 선출할 때는 승자독식을 묵인하는 것은 명백한 기득권 지키기이자 자가당착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3 지방선거 직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이번 선거 결과들과 관련해 "많은 분들께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좋은 결론을 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2026년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과 대표성 강화를 위해 광역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해 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이라는 높고 험난한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전혀 다르다. 국회가 결단하여 현행 공직선거법 제191조의 당선인 결정 조항에 '과반수 득표' 규정과 결선투표 조항을 신설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도입이 가능하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며, 선거의 핵심은 유권자 의사의 정확한 반영이다. 비용과 행정적 번거로움을 핑계로 다수 시민의 목소리가 사표로 버려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회와 정치권은 즉각 공직선거법 개정에 착수하여, 지방선거부터 유권자 과반의 당당한 지지를 토대로 한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