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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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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맑 은   거 짓 말


                  제10회 「양지를 향하여」


                       ─ 최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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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2025년 1월.


나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감사원 민원실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두꺼운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287페이지. 2년간 모은 모든 증거를 정리한 자료였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해맑은 특별감사 청구서'


감사원 건물은 생각보다 작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정을 감시하는 곳치고는 소박한 외관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이곳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평강시도, 중부도도, 영남도도 움직이지 않았다. 정보공개 청구에는 응했지만, 감사는 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언론도, 정치인도 외면했다.


남은 것은 감사원뿐이었다.


국민 누구나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감사원법 제43조. 나는 그 조항을 수십 번 읽었다. 청구가 접수되면, 감사원은 6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60일.


나는 심호흡을 했다. 가슴에서 심장이 뛰었다. 빌린 심장이. 여기까지 버텨 준 심장이.


"가자."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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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 287페이지의 진실 】



감사 청구서에는 2년간 내가 추적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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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


제1장. 사건 개요

  1-1. 사회복지법인 해맑은 현황

  1-2. 주요 의혹 요약


제2장. 시신 은폐 및 보조금 부정수급 (1999~2004)

  2-1. 5년간 사망자 명의 보조금 수령 의혹

  2-2. 관할 관청 관리·감독 부실


제3장. 무자본 법인 인수 (2004~2013)

  3-1. 관선 이사 → 정이사 전환 과정

  3-2. 정관 변경을 통한 견제 장치 제거

  3-3. 측근 이사 선임 및 이사회 장악


제4장. 법인 자산 사적 유용 (2013~현재)

  4-1. 청산시 토지 헐값 임대 의혹

  4-2. 허위 보고 (17만 평 → 1,200평)

  4-3. 임대료 유용 의혹


제5장. 관·언·학·정 유착 구조

  5-1. 이사 겸직 언론인의 보도 통제

  5-2. 시장 업무추진비 편중 집행

  5-3. 정부 광고 배분 왜곡


별첨. 증거자료 (총 1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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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수백 시간을 투자했다.


새벽에 일어나 문서를 정리하고, 낮에는 시위를 하고, 밤에는 다시 문서를 분석했다.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손이 떨릴 때도 있었다. 컴퓨터 앞에서 졸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증거자료 127건. 정보공개로 받은 문서, 등기부등본, 회의록, 결산서, 계약서, 녹취록. 하나하나가 피와 땀으로 모은 것들이었다.


민원 접수 창구의 직원이 서류를 받았다.


"감사 청구서요?"


"네."


"분량이 많네요. 접수증 드릴게요. 6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서 통보해 드립니다."


직원은 사무적이었다. 나에게 이 서류가 2년간의 삶 전부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었다.


나는 접수증을 받아 들었다.


접수번호: 2025-○○○○○호.


숫자 다섯 자리. 그것이 내 싸움에 붙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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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2 : 60일의 기다림 】



감사 청구 후, 나는 기다렸다.


60일. 법에서 정한 기한. 그 안에 감사원은 감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나는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이제는 평강시청뿐 아니라 중부도청 앞에서도 섰다. 왕복 세 시간. 몸은 힘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블로그에는 감사 청구 사실을 공개했다.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감사원까지 갔군요. 응원합니다."

"이 정도 증거면 감사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꼭 결과 알려 주세요."


방문자 수가 하루 3,000명을 넘었다. 지역 언론에서는 여전히 침묵했지만, 전국 단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내 글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평강시에서 혼자 복지법인 비리 파헤치는 사람 있음"

"심장이식 받고 1인 시위 하는 분 대단하다"

"이거 왜 뉴스에 안 나옴?"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경인블루저널이라는 매체의 기자였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인터넷 언론이었다. 지역 카르텔의 영향권 밖에 있는 매체.


"강민호 씨 블로그 보고 연락드립니다. 해맑은 법인 건, 저희가 취재해 보고 싶은데요."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만나서 이야기하죠."


기자와 세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내가 모은 자료를 보여 주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기자는 노트에 빼곡히 메모를 했다.


"이거, 대단한 건데요. 근데 왜 지역 언론은 안 다루죠?"


나는 웃었다.


"그 이유도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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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3 : 반격 】



카르텔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감사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반격이 시작되었다.


먼저, 내 블로그에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하루에 수십 개씩. 내용은 비슷했다. '정신병자', '관심종자', '근거 없는 비방'. IP를 추적해 보니, 대부분 같은 대역이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다음, 경고가 왔다.


어느 날 집 우편함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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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씨,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를 검토 중입니다.

지금이라도 블로그 글을 삭제하고

시위를 중단하시면 선처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경고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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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였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고소가 들어왔다.


해맑은 법인 이사장 조현택 명의로, 나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했다는 통지서가 왔다. 경찰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조사실에서 형사가 물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 근거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전부 정보공개로 받은 공식 문서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상대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허위가 아닙니다. 제가 쓴 건 '의혹'이고 '추정'입니다. 확정적 표현은 쓰지 않았어요."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이 사건이 어떤 성격인지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조사는 두 시간 만에 끝났다.


귀가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나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다. 소송으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고소가 들어왔다는 것은,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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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4 : 연대 】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경인블루저널의 첫 번째 기사가 나갔다.


'[단독] 평강시 복지법인, 20년간 어떤 일이 있었나'


기사는 내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지만, 기자가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현택 변호사에게 전화 취재를 시도했으나 무응답이었다는 것, 평강시청은 "감사 청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는 것.


기사가 나가자, 반응이 쏟아졌다.


포털 메인에 노출되었다. 댓글이 1,000개를 넘었다. 대부분은 분노와 충격의 반응이었다.


"이게 실화냐?"

"관선 이사가 법인 주인이 되는 게 가능해?"

"감사원에서 꼭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뜻밖의 연락들이 오기 시작했다.


"저도 해맑은 법인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증언하고 싶습니다."

"저는 청산시 주민인데요, 그 태양광 관련해서 이상한 점을 알고 있어요."

"사회복지사입니다. 비슷한 사례 많습니다. 연대하고 싶어요."


혼자였던 싸움에, 동료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강시에서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해맑은 법인 비리 규명 시민연대'. 처음에는 열두 명으로 시작했다. 대부분 내 블로그를 보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에 모여 회의를 했다. 자료를 분석하고, 역할을 나누고, 다음 단계를 계획했다. 법률 자문을 해 줄 변호사도 찾았다. 서울의 공익법센터에서 무료 변론을 제안해 왔다.


고소 건도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진실은 혼자서도 파헤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면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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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양지를 향하여 】



감사 청구 후 58일째 되는 날.


감사원에서 통보가 왔다.


'귀하의 감사 청구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

사회복지법인 해맑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음을 통보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열 번쯤 다시 읽었다.


특별감사 실시 결정.


2년간의 싸움 끝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감사가 실시된다고 해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카르텔은 여전히 건재했고, 그들의 반격은 계속될 것이다. 조현택의 명예훼손 고소도 아직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경인블루저널의 후속 기사가 세 편 더 나왔다.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취재에 들어갔다. 중부도의회에서 도정 질의가 이루어졌다. 국회 복지위원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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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윤재희. 2004년 해맑은 복지원 지하실에서 시신을 발견했던 신입 공무원이었다. 지금은 중부도 다른 시의 복지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경인블루저널 기사를 보고,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해 왔다.


"강민호 씨, 기사 봤어요. 20년 전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니."


"선생님이야말로 기억하고 계셨군요."


"잊을 수가 없죠. 그 냄새... 그날의 충격... 그걸 어떻게 잊어요."


그녀는 말했다. 당시 그 일이 있고 난 뒤, 공무원 사회에서 자신이 '찍힌' 느낌을 받았다고. 승진에서 밀리고,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었다고. 그래서 다른 시로 자리를 옮겼다고.


"저도 싸워볼까 생각했어요. 근데 용기가 없었어요. 강 씨처럼 끝까지 밀어붙일 용기가."


"지금이라도 증언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죠. 그래야 그날 죽어간 분들에게 면목이 서니까."


또 한 명의 동료가 생겼다.


─────


2025년 봄.


나는 평강시청 앞에 다시 섰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시민연대 회원 스물세 명이 함께였다. 우리는 피켓을 들고 시청 앞을 돌았다.


'감사원 특별감사 환영'

'해맑은 법인 진실 규명하라'

'시민의 눈은 속일 수 없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쳐다보았다. 몇 명은 멈춰 서서 물었다. 우리는 설명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우리가 여기 서 있는지.


바람이 불었다. 봄바람이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양지. 해맑은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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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해맑은.


그 이름은 아이러니였다. 해맑다는 것은 맑고 밝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이름 아래에서 20년간 벌어진 일들은 어둡고 탁했다.


시신 은폐. 보조금 부정수급. 무자본 법인 탈취. 자산 유용. 언론 통제. 관·민 유착.


그 모든 것이 '해맑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해맑은 거짓말.


나는 그 거짓말을 벗기기 위해 2년을 싸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양지를 향해 가면, 결국 빛에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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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이 심장의 원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꿈꾸었는지, 왜 세상을 떠났는지.


다만 한 가지, 나는 믿고 있다.


이 심장이 나에게 온 이유가 있다고.


쓰러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끝까지 뛰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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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블루저널의 기자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물었다.


"지치지 않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지치죠. 당연히 지쳐요. 그런데 지친다고 멈추면, 그들이 이기는 거잖아요. 멈추지 않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언제까지 싸우실 건가요?"


나는 웃었다.


"이 심장이 멈출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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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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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말 ◆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본질은 실재합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회복지법인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원자를 가장한 약탈자들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자원을 가로채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그 현실에 대한 작은 조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을

모든 '강민호'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2026년 6월

                                    경인블루저널 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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