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 겸직 제도의 맹점과 부동산 임대업


지방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연간 수천만 원의 막대한 의정비는 그들이 누리는 경제적 혜택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지방정치의 '자영업적 특성'을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지방의원이라는 우월적 권력을 유지하면서 외부의 영리 활동을 무제한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겸직' 제도다. 국회의원과 달리 영리 활동이 상당 부분 폭넓게 허용되는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는 지방의원들을 사적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거대한 도덕적 해이와 지대 추구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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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허울뿐인 겸직 신고와 수십억 원대 외부 수익의 실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는 지방의회의 영리화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증명한다. 2023년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112명과 구의원 427명(총 539명) 중 30.4%에 해당하는 159명이 겸직 보수를 신고하며 의원직 보수 외에 별도의 추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액을 명확히 공개한 126명의 신고 보수 총액은 무려 56억 5,538만 원에 달했으며, 이를 1인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488만 원이다. 이는 이들이 수령하는 의정비 자체와 맞먹거나 이를 능가하는 금액으로, 이쯤 되면 무엇이 본업이고 무엇이 부업인지 전도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지역 시·군의원의 경우 전체의 25.9%인 117명이 외부 겸직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으며, 충남에서는 도의원 48명 중 47.9%인 23명이 겸직을 신고했고, 다수의 시군의원들이 겸직을 통해 수억 원대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는 감시자라기보다, 의원이라는 직함을 명함에 새기고 자신의 본업(사업)을 확장하는 데 열을 올리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에 가깝다.


 4.2 자진 신고제의 붕괴와 임대업을 통한 권력형 이해충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 드러난 통계조차 축소·은폐된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법은 당선 전 겸직을 가졌거나 임기 중 취임한 경우 지방의회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고 이를 연 1회 이상 누리집 등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철저히 의원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자진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경실련이 서울 지역 의원들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과 겸직 신고 내역을 교차 검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토지·건물임대채무를 보유하여 명백히 임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의원은 서울시의원 36명, 구의원 145명 등 총 181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중 정작 임대업 겸직 신고를 한 의원은 시의원 7명, 구의원 21명 등 총 2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압도적 다수인 153명은 임대업 영위 사실을 고의로 누락하고 은폐한 것이다.


지방 지역의 실태는 더욱 참담하다. 거제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 지역 지방의원 334명 중 37.7%에 해당하는 126명이 겸직 신고서를 아예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경남도의회의 미신고 비율은 42.2%에 달했고, 거창군의회의 경우 전체 의원 11명 중 단 1명만이 겸직 신고를 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신고 기한을 준수한 곳은 19개 의회 중 통영·거제 단 두 곳뿐이었으며, 영리를 추구함에도 연간 보수 총액을 공개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도내 광역·기초의회 19곳 전체에서 겸직 신고의 허위성이나 누락 여부를 강제적으로 심사하고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했다.


이러한 허술한 검증망 속에서 가장 각광받는 겸직 직종이 바로 '부동산 임대업'이다. 지방의회는 해당 지역의 도시계획 수립, 용도구역 변경, 재개발 및 재건축 인허가, 대규모 도로망 확충, 공공 인프라 예산 심의 등 부동산 가치에 직결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임대업을 겸하는 의원은 의정활동 중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폭등시키기 위해 조례를 변경하거나 개발 계획에 권력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치명적인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명백한 사적 이해관계의 충돌이자 직위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와 다를 바 없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도대체 어떤 지역에 땅과 건물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발의하는 조례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인지 파악할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이권에 개입할 경우 적발조차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는 지방의회가 부동산 지주들의 '사교 클럽'이자 합법적 '투자 조합'으로 변질되었음을 증명한다.

 


 제5장 권력형 비위의 온상: 수의계약 카르텔과 예산 사유화 실태


정치 자영업화의 가장 흉측한 민낯은 공공 자금을 사유화하고 지자체 예산을 자신들의 주머니로 직접 빼돌리는 '수의계약 카르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입법과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친 채, 지위와 정보를 악용해 관급 공사와 용역을 싹쓸이하는 행태는 지방선거가 왜 이권 투쟁의 각축장으로 변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핵심 기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2년간 7개 광역의회와 13개 기초의회를 점검한 결과,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한 부적절한 수의계약이 전국적으로 무더기 적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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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노골적인 '일감 몰아주기'


지방의회에서 가장 만연한 부패 수법은 자신의 권력을 지렛대 삼아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지자체의 일감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다. 첫째, 부산 남구에서는 구의회 의장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지역 방역업체가 남구 관내 국공립어린이집과 복지관 등 무려 12곳과 불법적인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적발되었다. 해당 업체는 2020년부터 총 31회에 걸쳐 2,400여 만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둘째, 광주시의회 홍기월 의원은 본인이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외부 학회에 1,500만 원 규모의 연구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특혜 배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셋째, 경남 하동군의회의 한 의원은 민간업체에 군정 사업 배정을 외압으로 요구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가 군의회와 수의계약을 맺도록 알선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넷째, 충남 홍성군의회 김은미 부의장의 시누이 남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공공 치매 전담 노인요양시설 건립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며 짙은 친인척 특혜 의혹이 일었다.


 5.2 법망을 조롱하는 지능적 편법: '지분율 49% 꼼수'와 차명 계약


법적 규제가 강화되자 정치 자영업자들의 수법은 더욱 지능적이고 교활하게 진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꼼수는 법적 지분율 제한을 교묘히 회피한 경남 의령군의회 김봉남 의원의 사례다. 지방계약법상 지방의원 배우자의 지분이 50%를 초과하는 기업은 해당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다. 김 의원의 배우자는 실소유주임에도 불구하고 지분율을 정확히 49%로 설정하여, 단 1%의 차이로 법적 제재를 비웃으며 편법을 자행했다. 이를 통해 해당 폐기물처리업체는 최근 8년간 의령군이 발주한 사업 370여 건, 총 35억 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의계약을 독식했다. 심지어 2022년 5월 지분율 30% 초과 시 계약을 금지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새로 시행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3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 26건을 추가로 싹쓸이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 중구의회 배태숙 전 의장은 본인 명의 계약이 불가능하자 차명으로 인쇄·판촉물 업체를 설립한 뒤, 구청을 상대로 9차례에 걸쳐 1,800여 만 원의 일감을 따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기 평택시의회 의원 역시 아들 업체가 이해충돌방지법에 걸려 계약을 못하게 되자,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의 명의를 불법으로 빌려 수의계약을 체결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3 내부 정보 유출, 뇌물 수수, 그리고 단체장의 일탈


입법과 예산을 다루며 얻게 되는 고급 내부 정보를 사익 편취에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충북 전 영동군의원은 마을 경로당 노래방 기기 설치 사업과 관련해 대상 경로당과 납품 단가 등 구체적이고 기밀인 내부 정보를 남편과 공범에게 사전에 유출하여 계약을 따내게 한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부패 카르텔은 뇌물 수수로 직결된다. 인천시의회 의원 2명은 시교육청이 추진한 20억 원대 전자칠판 보급 사업과 관련해 납품업체 관계자들로부터 1억 6,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전남 곡성군의회에서는 전체 의원 7명 중 무려 3명이 관급공사 수주 개입 비위로 검찰에 무더기 송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광주시의회 임미란 의원은 사기업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다 검찰에 송치되며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상실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예산 사유화 현상은 지방의원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에게서도 나타난다. 용인시민단체 '용인블루'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이상일 용인시장은 불과 13개월 동안 업무추진비 730여 건, 총 2억 1,000만 원을 집행하며, 내부 직원 격려 명목의 식비로만 5,000만 원 이상을 탕진하여 시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전락시켰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용인시의 2026년 생활임금 시급이 고작 1만 1,930원으로 책정되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힘든 취약 노동자들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지방 권력자들의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은 계급적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지방의회는 입법기관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수십억 원의 예산이라는 거대한 파이를 두고 경쟁하고 배분하는 일종의 '이권 거래소'로 전락했다.

 

 

 제6장 민주주의의 훼손과 심판받지 않는 권력: 무투표 당선 현상의 심화


정치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급여와 이권을 누릴 수 있는 배경에는 '민주적 통제 장치의 상실'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깔려 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정당성은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엄중한 평가와 심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국의 기형적인 공직선거법 체계는 '무투표 당선'이라는 제도를 통해, 치열한 선거 운동도 하지 않고 시민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권력을 고스란히 이양하는 치명적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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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폭증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마감 시점에 입후보자 수가 선거구의 의원 정수와 같거나 미달하는 경우(기초의원 선거), 또는 단일 후보만 출마한 경우(광역의원 및 단체장 선거), 해당 지역의 선거 당일 투표는 취소되고 입후보자가 투표 없이 당선인으로 확정된다.


이 제도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지표로 명확히 드러난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48명에 불과했던 무투표 당선자는 2010년 125명, 2014년 196명, 2018년 89명으로 등락을 반복하더니, 2022년 제8회 선거에서는 무려 490명으로 폭증했다. 이는 정당투표(1인 2표제)가 처음 도입된 2002년 이후 최대치로, 총 당선자 4,125명 중 약 12%가 유권자의 선택을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의회에 입성한 것이다. 이번 2026년 선거에서도 그 폐해는 이어져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 등 도합 수백 명이 무투표 당선의 혜택을 누리며 민의의 전당에 무혈입성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6.2 지역주의 패권과 2인 선거구가 낳은 '정치적 짬짜미'


이러한 무투표 당선의 폭증은 결코 후보 개인의 압도적 인지도 때문이 아니다. 이는 거대 기득권 정당들의 정치적 담합과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구조적 참사다.


광역의회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동일하게 한 선거구에서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구나 광주처럼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 곧 당선증으로 직결되는 지역에서는 득표율 15% 미만 시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리스크 때문에 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아예 출마를 포기해버린다. 그 결과 2022년 선거에서 대구광역시의회는 지역구 29석 중 20석(69%, 전원 국민의힘)이, 광주광역시의회는 지역구 20석 중 11석(55%, 전원 더불어민주당)이 경쟁 없이 무투표로 채워졌다.


기초의회 선거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1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중 특히 '2인 선거구' 제도가 무투표 당선을 양산하는 주범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명씩만 후보를 내면, 두 후보는 어떠한 경쟁도 없이 동반 당선이 확정된다. 다당제를 통한 다양한 여론 수렴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실종되고, 소수 정당의 진입을 원천 봉쇄한 채 거대 양당이 지역구를 나눠 먹는 '합법적 담합 카르텔'이 완성된 것이다.


 6.3 유권자 알 권리의 박탈과 주권의 소외


가장 끔찍한 부작용은 무투표 당선 사유가 확정되는 즉시 유권자의 알 권리가 법적으로 완벽하게 차단된다는 점이다. 무투표 당선 예정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거리 유세, 벽보 부착, 현수막 게시, 선거 공보물 발송, 심지어 온라인 홍보 등 일체의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된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은 선거일에 투표장에 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향후 4년간 자신의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지역을 맡길 의원이 도대체 누구인지, 어떤 범죄 전과가 있는지, 무슨 정책과 공약을 내세웠는지 알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다. 무투표 지역인 제주 화북동에 거주하는 한 유권자는 "경쟁자가 없으면 찬반 투표라도 해야 후보자가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냐"며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알려주지도 않는 건 너무하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주권재민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시민의 평가를 거치지 않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연봉 8천만 원을 수령하고 막대한 이권 사업을 주무르는 현상은, 한국의 지방정치가 정치 자영업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완벽한 방탄 시스템으로 굳어졌음을 폭로한다.

 

 

 제7장 자정 능력의 상실: '제 식구 감싸기'와 무소불위의 윤리적 진공 상태


정치 자영업화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조직 내부의 자정 능력이 완전히 마비되는 윤리적 진공 상태다. 수의계약 비리, 겸직 위반, 뇌물 수수 등 온갖 도덕적 일탈이 적발되더라도 지방의회는 "나는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내부 징계를 단순 경고나 단기 출석 정지로 끝내는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7.1 용인시의회의 비극: 성범죄와 뇌물공여에 부여된 '유급 휴가'


이러한 윤리적 타락의 결정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다. 용인시민단체 '용인블루'가 발표한 규탄 성명에 따르면, 용인시의회는 2024~2025년에 걸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자들을 조직적으로 비호하며 시민들을 기만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9월, 의회 부의장이었던 이창식 의원은 의정연수 도중 동료 의원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2,000만 원의 합의금으로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발각되었다. 그러나 의회는 공인으로서 생명이 끝나는 '제명'이 아닌, 고작 '30일 출석정지'라는 황당한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무마했다.


도덕적 붕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과 두 달 뒤인 11월, 이번에는 하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표를 매수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남홍숙 의원과 장정순 의원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객관적 시각을 지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윤리자문위원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주범인 남 의원에게 '제명', 종범인 장 의원에게 '30일 출석정지'라는 비례적 처벌을 권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동료 의원들로 구성된 윤리특별위원회는 철저한 '제 식구 감싸기' 모드를 발동하여 4대 4 동수 표결로 제명안을 부결시켜버렸다. 급기야 본회의에서는 주범의 징계를 낮춘 것에 대한 쏟아지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엉뚱하게 종범의 징계 수위를 끌어올리는 정치적 야합을 감행하여 두 의원 모두에게 '30일 출석정지'를 내리는 기만적인 코미디를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성범죄와 뇌물공여라는 중대 비위를 저지른 3명의 의원 모두가 버젓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7.2 징계 중에도 100% 지급되는 월정수당: 조례의 기만성


이러한 사태가 유권자들을 진정으로 분노케 하는 이유는, 출석이 정지되어 의정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기간에도 이들에게 막대한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는 기형적인 조례 때문이다.


현행 「용인시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징계를 받아 의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실비 보상 성격의 '의정활동비' 지급만 중지될 뿐, 급여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월정수당'은 단 한 푼의 삭감 없이 100%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성희롱과 뇌물 수수로 30일 출석정지를 받은 의원들에게 이 기간은 징계가 아니라 110만 용인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꿀맛 같은 '유급 휴가'로 둔갑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2022년 12월,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향해 '출석정지 등 징계 시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고 '구속 시 지급을 전면 제한'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세종시의회나 서울 광진구의회 등 극히 일부 양심적인 의회만이 이 권고를 수용하여 출석정지 시 월정수당의 2분의 1을 감액하는 등 조례를 현실화했으나, 용인시의회를 포함한 대다수 지자체는 이 권고를 철저히 묵살하며 자신들의 철밥통을 사수하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의원직은 유지되고, 일하지 않아도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는 이 완벽한 무소불위의 직업을 누가 포기하려 하겠는가.


 7.3 바닥으로 추락한 공공기관 청렴도와 시민의 불신


지방의원들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태는 각종 객관적 평가 지표에 치명적인 결과로 반영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앞서 언급한 전자칠판 납품 비리 의혹 등으로 현직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오른 인천시의회는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의 불명예를 안으며 자정 능력이 사실상 소멸했음을 증명했다. 반면 울릉군의회의 경우 청렴체감도와 청렴노력도를 합산해 전년 대비 2단계 상승한 3등급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이는 극소수의 예외일 뿐 전체적인 지방의회의 신뢰도는 파탄 지경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5년에 수행한 주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의회 및 의원에 대한 부정 평가는 44.1%에 달해 긍정 평가(15.5%)를 세 배 가까이 압도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가 권한 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신뢰 회복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제8장 결론: 지방자치 본연의 가치 회복을 위한 전면적 제도 개혁의 방향


2026년 5월 현재,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연출되고 있는 7,700여 명 입후보자들의 맹렬한 출마 행렬은 결코 지역사회를 향한 희생정신이나 숭고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로가 아니다. 본 보고서의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분석 결과가 명백히 입증하듯, 현재 대한민국의 지방의회와 지자체장 자리는 막대한 경제적 혜택과 특권이 집중된, 단언컨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고 방어막이 견고한 '정치적 자영업'의 플랫폼으로 변질되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이들이 왜 불나방처럼 선거판에 뛰어드는지 그 해답은 명확해진다.


첫째, 최근 3년 새 17%나 급등해 평균 477만 원, 최고 750만 원대에 이르는 고액의 안정적인 의정비가 보장된다.

둘째, 부동산 임대업 등을 은폐하며 연평균 수천만 원의 막대한 외부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형적으로 느슨한 겸직 제도가 존재한다.

셋째, 직위와 내부 정보를 악용해 지분율 49%와 같은 꼼수와 차명 계약을 동원, 가족과 지인에게 수십억 원대 관급 공사를 몰아주며 예산을 사유화할 수 있는 수의계약 카르텔이 열려 있다.

넷째, 정당의 공천장 하나만 쥐거나 거대 양당이 담합하면 선거운동조차 필요 없이 권력을 차지하는 '무투표 당선제'가 이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은폐해 준다.

다섯째, 성범죄나 뇌물 수수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동료 의원들의 짬짜미로 직을 유지하고, 징계 중에도 월정수당을 100% 챙겨가는 무적의 셀프 면죄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이권의 카르텔과 제도적 방탄복이 존재하는 한, 권력과 돈을 좇는 세력들의 출마 러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가 돈과 명예가 되지 않는 무보수 봉사직이었다면, 과연 그래도 이를 하겠다고 달려들었을까?"라는 시민들의 절망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호한 "아니오"다. 평균 재산 9억 원대 자산가들과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전과자들의 대거 출마는 지방자치가 철저히 기득권의 재산 증식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자치가 그 본연의 헌법적 목적, 즉 '시민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뿌리부터 뒤엎는 전면적이고 파괴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향후 언론 및 정책 입안자들은 다음의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1. 보수 체계의 합리적 통제:의정비 결정 과정을 지자체장 및 시의원들의 입김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외부 독립 기구에 맡기고, 지역의 재정자립도, 인구 규모, 의정 활동 실적(조례 발의 등)에 철저히 연동하여 삭감까지 가능한 페널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 겸직 금지 및 검증 강화: 국회의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방의원의 영리업무 겸직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특히 이해충돌 소지가 막대한 부동산 임대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겸직 신고 내역의 진위 여부를 수사 기관 및 국세청 자료와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3. 수의계약 비리 원천 차단: 지분율 49%와 같은 교활한 꼼수와 차명 계약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과 지방계약법을 촘촘히 재정비해야 한다. 비위 적발 시 부당 이득의 징벌적 환수와 더불어 영구적인 피선거권 박탈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4. 선거 제도의 민주화: 거대 양당의 기득권 담합을 부추기는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무투표 당선제를 즉각 폐지하고, 단독 입후보 시에도 해당 지역 유권자의 과반수 찬성 등 '찬반 투표'를 의무화하여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과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5. 징계 시 수당 지급의 전면 중지: 중대 비위로 출석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거나 구속된 의원에게는 예외 없이 월정수당을 포함한 의정비 전액 지급을 즉각 정지하도록 지방자치법에 강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시민의 무관심은 부패한 정치 자영업자들을 살찌우는 가장 든든한 자양분이다. 선출된 권력이 스스로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2026년 지방선거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은 저 길거리의 화려한 현수막과 공허한 공약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추악한 이해관계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사회의 막대한 예산을 볼모로 벌어지는 이 정치 자영업자들의 탐욕스러운 축제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오직 주권자인 시민의 날 선 감시와 엄중한 심판의 투표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