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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입니다. 

 

 

'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논란의 허상과 '위험보상의 사회라'라는 진짜 해법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도래한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대한민국 경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수십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소속 임직원들이 챙겨갈 성과급 역시 1인당 수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정 첨단 산업에 천문학적인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이 막대한 초과이익은 민간 대기업 혼자서 이룬 독립적 성과인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국민의 세금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해서는 안 되며, 수조 원의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거시경제적 문제의식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하지만 분노에 찬 감정적 처방만으로는 왜곡된 경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 이 뜨거운 논쟁 속에 숨겨진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허상을 냉정하게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성공 신화 이면에 숨겨진 '기업가형 국가'의 희생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교수의 '기업가형 국가' 이론이 증명하듯, 현대 첨단 산업의 발전은 민간 벤처 자본의 독단적 성과가 아니다. 혁신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극심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가장 담대한 투자자는 언제나 국가였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수십조 원의 흑자를 내는 SK하이닉스의 과거를 돌아보자. 2001년 유동성 위기로 매월 1조 원의 현금이 타들어가던 절체절명의 순간, 파산을 막아낸 것은 국책은행과 막대한 공적자금, 즉 국민의 혈세였다.


현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도로, 전력, 용수 등 막대한 인프라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으며, 이른바 'K-칩스법'을 통해 대기업은 무려 15%의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받는다. 2023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면받는 법인세액만 약 3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되며, 실효세율은 영세 중소기업보다 낮은 17%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투자 위험은 국가와 국민이 전적으로 떠안아 주면서(위험의 사회화), 그로 인한 천문학적 보상은 소수의 임직원과 주주들이 독점하는(보상의 사유화) 기형적인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지역화폐 성과급' 지급론의 경제학적·법학적 한계

 

이러한 불공정에 분노하여 제기된 대안이 바로 성과급의 '지역화폐 지급'이다. 막대한 자본이 부동산 시장이나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용인, 평택, 이천 등 공장 소재지의 골목상권으로 자본을 순환시키자는 취지다.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승수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1인당 수억 원대에 달하는 대기업 성과급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치명적인 경제학적 오류다.


- 대체효과와 데드웨이트 로스: 소비자들은 수억 원의 지역화폐를 동네 상권에서 전부 소비할 수 없다. 결국 기존에 쓰던 생활비(현금)를 지역화폐로 결제 수단만 '대체'할 뿐이며, 절약된 현금은 다시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억지로 소비를 강제할 경우 불법적인 현금 할인, 이른바 '깡' 시장만 양산하는 사중손실을 낳게 된다.


- 근로기준법의 장벽: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은 임금의 '통화지급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법정 통화가 아니므로 강제 지급 시 명백한 범죄 행위가 된다. 수조 원의 현금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하는 대기업 강성 노조가, 자산 증식 기회를 박탈당하는 지역화폐 단체협약에 합의할 리 만무하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초과이익 환수(Upside Sharing)'

 

대중의 진단은 옳았으나 처방은 틀렸다. 그렇다면 진짜 해법은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2020년 항공업계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당시, 대가로 기업의 '신주인수권(Warrant)'을 챙겼다. 주가가 회복되자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투자 수익을 납세자에게 돌려주었다.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지급 가이드라인은 더욱 강력하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횡재 이익을 거둘 경우, 그 초과 현금흐름의 일부를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는 '초과이익 환수(Upside Sharing)' 조항을 의무화했다.


반면, 매년 수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면서도 환수 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은 우리의 K-칩스법은 어떠한가? 정책 입안자들과 국회가 민간의 초과이익을 합리적으로 사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법제화하는 책임을 철저히 방기한 결과가 지금의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이다.

 

 

 

올바른 자본주의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

 

반도체 초과이익을 둘러싼 대중의 정당한 분노를 실현 불가능한 지역화폐 논쟁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 국가 투자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향후 막대한 조세 지출이 수반되는 산업 지원 법안에는 미국식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하거나, 대기업의 초과이익이 후방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 협력업체로 흘러갈 수 있도록 '초과이익공유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위험을 흡수해 주었다면, 시장이 창출한 보상 또한 마땅히 국가와 납세자에게 돌아와야 한다. 이것이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부의 양극화를 막는,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