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용인시의 정치 지형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유치라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 이슈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지만,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는 구도심의 소외, 원주민의 박탈감, 그리고 환경 훼손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개발 만능주의와 이념 대립 속에서, 용인 시민들은 이제 '우리 동네의 아픔을 아는 진짜 일꾼'을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랜 기간 거리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온 '용인촛불행동' 대표이자 '팔뚝두부' 사장으로 잘 알려진 김춘식 출마예정자가 용인시의회 출마를 선언하며 지역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그는 과연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의 삶의 궤적을 심층 취재했다.
■ 하루 단 30모, '팔뚝두부'에 담긴 타협하지 않는 원칙과 소통
김춘식 출마예정자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처인구 김량장동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그의 일터에 있다. 그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전통 방식의 두부 가게를 운영해 왔다. 눈여겨볼 점은 기계화된 대량 생산이 당연해진 시대에, 그가 하루에 단 30모의 두부만을 생산하는 원칙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더 쉬운 방법을 찾을 만도 한데, 그는 하루 30모만 나오는 이 방식만 고집했다. 벌이가 풍족하지 않아도 만족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이웃들의 증언이다.
이러한 '팔뚝두부'의 운영 방식은 그의 정치 철학을 대변하는 훌륭한 메타포다. 효율과 이윤보다는 '본질'을 중시하고, 표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거나 이권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직관적인 신뢰를 준다. 무엇보다 그의 두부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매주 지역 주민들이 모여 동네의 대소사와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작은 공론장(Agora)'이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부터 책상이 아닌 골목에서 생활 정치를 실천하며 바닥 민심과 호흡해 온 셈이다. 고된 노동으로 다져진 그의 단단한 팔뚝은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다.
■ 20년의 투쟁사: 가족의 아픔을 지역 사회의 정의로 승화하다
그를 '동네 아저씨'에서 '지역 사회의 리더'로 이끈 결정적 계기는 뼈아픈 가족사에서 출발한다. 1996년, 용인정신병원 간호조무사였던 그의 아내는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3년간의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복직 판결을 받아냈지만,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겪어야 했던 무력감은 그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6년, 용인정신병원에서 또다시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의 김춘식은 과거의 무력한 남편이 아니었다. 그는 '바른정치용인시민모임 대표'로서 보건의료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을 규합해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돕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가 함께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통일공원 연단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꺼내며 연대를 호소한 그의 연설은 지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결국 76일간의 끈질긴 연대 파업 끝에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지역 토호 세력의 갑질에 맞서 시민의 힘으로 제동을 건 역사적 승리이자, 그가 단순한 투사를 넘어 '이기는 법을 아는 조직가'임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 역사 정의와 시민 주권의 파수꾼: 촛불에서 소녀상까지
김 출마예정자의 시선은 노동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과거'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교육하는 일에도 헌신했다. 2017년, 그는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활동을 이끌며 관의 금전적 지원 없이 오직 시민들의 성금만으로 5천만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광복절에 맞춰 시청 광장에 제막된 소녀상은 그의 강력한 지역 내 동원력과 뚝심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하며 역사를 끈질기게 기억하는 태도는 그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그는 잊혀져 가는 비극을 바로잡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지역 사회의 연대를 끊임없이 촉구하며,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지역의 실천 운동으로 끌어안았다.
또한 '용인촛불행동 대표'로서 중앙 정치의 퇴행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그는 매주 목요일 용인 도심에서 촛불문화제를 주도하며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의 지역 내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굳건한 광장을 열어둔 것이다. 이처럼 지역 행정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부터 중앙 권력의 독단에 맞서는 투쟁까지, '광장의 파수꾼'으로서 권력을 감시해 온 그의 이력은 의회 진입 시 집행부에 대한 가장 매서운 견제 기능으로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 투쟁의 거리를 넘어, '촛불행정'의 유능함으로: 김춘식의 필승 공약
이제 '팔뚝두부' 김춘식은 광장의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제도권 정치라는 새로운 링 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정견 발표를 통해 투쟁의 거리를 넘어 제도의 혁신을 이뤄낼 구체적인 '필승 공약'을 공개했다.
먼저, 그는 지역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예산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잔재인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을 전면 삭감하고, 이를 시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예산으로 환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역사관 등 교육 시설을 마련하고, 용인 시민들이 정기적으로 광주를 방문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생활 밀착형 공약도 눈에 띈다. 마을버스 및 관내 순환버스 무료 승차제를 도입하여 교통 복지를 실현하고, 디지털 기기 이용이 서툰 어르신들이 소외받는 현행 '똑버스' 시스템을 약자 중심의 노선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도시가스나 상수도 같은 필수 기반 시설이 부족한 농촌 및 외곽 지역의 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려 '용인특례시'의 보편적 주거 복지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신선한 제안은 '골프장의 시민 공간화'다. 자본의 전유물이 된 지역 내 골프장에 작은 갤러리나 공연장, 도서관을 조성해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녹지 문화 공간으로 되찾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정책의 실현을 위해 그는 정치·문화·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진보적 시민 100여 명 이상이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정의 정책 제안 기구로 삼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권력 앞에서는 단단한 팔뚝을, 시민 앞에서는 부드러운 두부를 내어놓던 사람. 20년간 한결같이 용인의 눈물을 닦아 온 김춘식의 진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용인 시민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