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정보공개 포털 www.open.go.kr>
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칸쿤 출장 논란'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이른바 '칸쿤 출장 논란'은 단순한 선거판의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 우리 사회 행정기관의 '정보공개 시스템'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논란의 발단은 2023년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이루어진 멕시코 및 미국 국외 출장 서류에서 시작되었다. 해당 출장에 동행한 여성 직원의 성별이 심사 의결서에 '남성'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이후 국회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성동구청이 해당 직원의 '성별' 항목만을 가리고(마스킹) 제출한 것이 화근이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이를 두고 "여성과 출장을 간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성별만 딱 가리고 줄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의도적인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의 발단이 된 2023년 성동구청 공무국외출장 심사 의결서 원문. 동행한 여성 직원의 성별이 '남'으로 기재되어 있다. 출처; X(구 트위터) @Ignotus>
방어적 비공개가 낳은 의혹의 눈덩이
이에 대해 성동구청과 정원오 후보 측은 성별 오기는 행정 서류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진의 "단순 실수"이며, 자료 제출 시 성별을 가린 것은 관련 법령에 따른 "통상적인 개인정보 보호 조치"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개인 식별 정보를 원칙적인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선 공무원들로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나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마스킹을 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방어적인 정보 비공개'가 과연 행정에 대한 신뢰를 지켜주었는가?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무 출장에서 동행자의 신원과 역할은 공적 감시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논란의 핵심 쟁점인 '성별' 항목만을 선택적으로 가린 행정 처리는 오히려 대중의 합리적 의구심을 자극하고 걷잡을 수 없는 의혹을 키우는 불씨가 되었다. 만약 초기 단계에서부터 총 11명이 동행했다는 전체적인 맥락과 함께 해당 직원의 공적 역할이 가감 없이 투명하게 공개되었다면, 이 사안이 불필요한 밀실 프레임이나 젠더 공세로 변질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적 정보와 사생활 보호의 모호한 경계
이 사건은 공직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공적 정보와,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 정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일선 행정기관은 종종 '개인정보 보호'를 방패 삼아 국민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핵심 정보나 권력 감시에 필수적인 정보를 소극적으로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필연적으로 시민들의 억측을 낳고, 그 억측은 정치적 무기로 둔갑하여 막대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초래한다.
'투명성'이라는 최고의 위기관리 시스템
결국 해결책은 '햇빛'에 있다. 시민의 정보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비공개 처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쇄신이 시급하다.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직위, 성명, 동행 여부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정보공개법상 예외 기준을 좁히고, 부당하게 정보를 가리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시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정원오 예비후보의 출장 논란은 우리에게 '투명성이 곧 최고의 위기관리'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서류상의 마스킹 한 칸이 거대한 정치적 스캔들로 비화하는 시대, 정부와 지자체는 관행적인 비밀주의를 벗어던지고 '원문 그대로의 투명한 정보공개'라는 공공행정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행정의 투명함이 담보될 때 비로소 소모적인 정쟁은 사라지고 진정한 시민의 알 권리가 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