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도] 서류 뒤에 숨은 행정 편의주의가 약자의 삶을 어떻게 유린하는가. 본지는 최근 광명시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방과후 활동서비스 재지정 탈락 사태'를 심층 분석 보고서와 제보를 바탕으로 집중 취재했다.
<광명 마음드림심리상담센터 내부: 센터측 제공>
최근 경기도 광명시에서 '2025년 발달장애인 방과후 활동서비스 제공기관 재지정 심사' 결과를 두고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중증 발달장애 아동을 헌신적으로 돌봐온 '마음드림심리상담센터'가 6개 심사 대상 기관 중 유일하게 탈락하면서, 이곳에 의지하던 6명의 중증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사실상 강제 퇴소 처리를 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일 복지기관의 평가 미달에 따른 단순한 행정 처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그 이면에는 행정 평가의 절차적 흠결, 이해충돌의 방조, 정치권의 침묵, 그리고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카르텔' 의혹 등 지방자치 복지행정의 어두운 병리 현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 "대표 대신 이사가 발표해서 탈락?"… 본질을 잃어버린 '표적 심사'
마음드림심리상담센터는 1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체육,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외부 협력 기관과 연계해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실효성 있는 돌봄을 제공해 온 우수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심사에서 60점 미만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센터 측이 광명시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파악한 탈락의 결정적 사유는 황당하게도 '센터 대표가 직접 PPT 발표를 하지 않고 실무 책임자인 이사가 대신 발표를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른 본래의 평가 목적과 비교해 보면, 광명시의 이번 심사가 얼마나 본질에서 벗어났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법인이나 센터의 내부 규정상 이사가 사업 발표를 진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럼에도 발표자의 직책이라는 외형적 요소를 근거로 기관의 서비스 제공 역량 전체를 깎아내린 것은 전형적인 '목표의 대치(Goal Displacement)' 현상이다. 학부모들은 사전에 탈락시킬 기관을 내정해 두고 주관적 점수를 자의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른바 '표적 심사'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광명시의 폐쇄적인 태도다. 학부모들이 구체적인 심사 점수표와 사유 공개를 요구하자, 광명시는 "심사위원 고유 권한이며 비밀"이라며 전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4개월째 진행 중인 행정소송 과정에서 담당 재판부가 시 측에 정보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묵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스스로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 눈감은 '이해충돌'…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가..."
문서화된 절차 너머에는 노골적인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방조와 비상식적인 행정의 민낯이 숨어 있다.
이번 심사위원 5명 중 1명은 광명 지역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 장애인부모연대 소속 지회장급 인사였다. 심지어 그의 자녀는 과거 해당 센터를 이용하다가, 현재는 이번 심사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기관을 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기관의 당락이 타 기관의 이익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이는 명백한 이해당사자 위촉에 해당한다.
시 당국은 "자녀가 이용하는 서비스 종류가 다르다"는 좁은 법리 해석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묵인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시 관계자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해 점수 미달의 진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은 합리적 평가 지표가 아닌 "그날(심사 당일)의 분위기가..."라는 참담한 변명이었다. 공공 복지의 생사가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특정 위원이 주도한 주관적인 '분위기'에 난도질당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3. 침묵하는 정치권과 '보복성 회유'를 시도한 행정청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와 지역 정치권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탈락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인사가, 향후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시의원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충격적인 소문마저 파다하게 퍼져 있다. 실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의원들을 찾아가 진상 조사를 요청했으나, "시의원조차 행정부의 심사 서류를 열람할 수 없다"는 기막힌 무기력함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특히 해당 지역구를 둔 김남희 국회의원은 불과 며칠 전 권력화된 부모 단체와는 간담회를 열고 환하게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정작 부당한 행정에 희생된 학부모들의 절박한 호소에는 철저히 귀를 닫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행정소송 도중 광명시의 교묘한 협박성 회유다. 제보에 따르면, 광명시 사회복지과 국장이 소송 중인 센터를 직접 방문해 "문책을 받을 각오로 방문했으며, 장애인복지과에 제출한 보완 자료를 재지정에 올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센터가 이유를 묻자 "감사과에 자료를 내는 것은 곧 징계를 받는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는 겉으로는 문제 해결을 돕는 척하면서, 실상은 민간 센터를 자체 감사에 넘겨 행정 처분의 덫에 빠뜨리려 한 악의적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4. 서류상 행정이 짓밟은 6명 아이들의 삶과 '무너진 동행'
행정당국은 "아이들이 다른 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안내문을 발송했다"며 책임을 다했다는 기계적 항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증 장애인 돌봄 현장의 처절한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탁상행정이다.
자폐 스펙트럼 등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동일성 유지(Maintenance of Sameness)'는 단순한 선호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특히 이번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아이들 대다수는 과거 다른 기관에서 중증 장애 특성 탓에 입소를 거부당하거나 쫓겨난 쓰라린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다. 어렵게 이곳에 정착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교사들과 라포(Rapport)를 형성한 아이들에게 "이제 이곳에 올 수 없다"고 통보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폭력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발달장애인 가족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발달장애인 동행 돌봄 체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일선 지자체인 광명시에서는 민간의 훌륭한 돌봄망마저 부당한 행정 권력으로 산산조각 내며 아이들과 부모를 사지로 내모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5. 공공복지 투명성 회복을 위한 4대 긴급 제언
광명시 사태는 지자체로 위임된 복지행정 시스템이 투명한 감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어떻게 최악의 '관치 복지', '카르텔 복지'로 전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척도다. 제2의 광명시 사태를 막기 위해 다음의 4가지 쇄신이 시급하다.
1. 정보 공개 의무화 및 블라인드 심사 전면 도입: 복지 서비스 제공기관 선정 시 심사위원별 세부 점수표와 정성 평가 사유서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 좁은 인맥을 차단하기 위해, 타 지역 외부 전문가 중심의 교차 심사나 평가 대상 신원을 가리는 블라인드 평가 제도를 보건복지부 강제 지침으로 도입해야 한다.
2. 이해충돌 제척 사유의 엄격한 확대 적용: 단순히 본인이나 직계가족의 해당 기관 이용 여부를 넘어, 경쟁 기관의 학부모나 직간접적 이익을 공유하는 정치적 목적의 이익단체 핵심 임원은 심사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 사전 검증 의무화 및 사후 적발 시 페널티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
3. 강제 퇴출 시 '연착륙 유예 기간(Transition Period)' 보장: 행정적 사유로 기관이 강제 취소되더라도, 당장 오갈 곳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유예기간을 주어 돌봄 관계를 서서히 마무리하게 하거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동반 적응을 돕는 대체 인력을 파견하는 의무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
4. 상급 기관의 독립적인 외부 감사 및 진상 규명: 현재 제기된 소송 중인 기관에 대한 부당한 회유 시도, '그날의 분위기'를 주도한 특정 위원의 개입, 그리고 항간에 떠도는 지방선거 공천 거래 의혹 등에 대해 광명시 자체 감사가 아닌 경기도청 감사관실, 국민권익위원회 차원의 즉각적이고 성역 없는 직권 조사가 절실하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국가는 서류 속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매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생업에 나설 수 있게 해주는 '동네의 작은 방과후 센터'로 존재한다. 그 생존의 터전을 탁상행정과 부조리한 정치적 셈법으로 지워버리는 참극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광명시의 굳게 닫힌 밀실 행정의 문을 당장 열고, 상처받은 6명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 주어야 할 때다.
(본 기사는 광명시 발달장애인 방과후 활동서비스 재지정 심사 논란에 관한 심층 분석 보고서 및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 심층분석보고서 전문보기: https://yonghwan1106.github.io/gwangmyeong-disability-welfare-rep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