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녹지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도시계획 용어로 이것을 '종상향'이라고 부릅니다. 토지의 용도를 한 단계 올려주는 행정 행위. 한 단계만 올라가도 땅값이 수억 원 뛰는 이 결정을, 어떤 땅은 단숨에 네 단계를 뛰어올랐습니다.
농사도 못 짓고, 길도 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맹지. 부동산 시장에서 '죽은 땅'이라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그 땅이 어느 날 22층짜리 고층 아파트 부지로 탈바꿈했습니다. 10년 동안 열리지 않던 행정의 문이 14일 만에 활짝 열렸고, 9개월간 묶여 있던 시장의 조직개편안은 의회에서 3초 만에 통과되었습니다.
14일과 3초.
이 두 숫자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
종상향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명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하는 어떤 인물이나 단체와도 무관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다루는 문제는 허구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쥔 인허가권이 어떻게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지. 시민을 대변해야 할 의회가 어떻게 특정인의 거수기로 전락하는지. '합법'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폭력이 자행되고, 정보공개 거부와 대의제 원칙이라는 방패 뒤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묵살되는지. 이것은 한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2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어디에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는 악인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진짜 적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여야를 초월해 작동하는 이권 카르텔, 비공개를 원칙으로 밀실에서 운영되는 도시계획위원회, 350평짜리 소규모 개발은 가차 없이 부결하면서 수만 평의 특혜는 눈감아주는 이중잣대. 이 시스템을 해부하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드시 되풀이됩니다.
***
다섯 번의 연재를 통해 우리는 다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제1회 「죽은 땅에 피는 꽃」 — 평범한 시민의 아침이 어떻게 한 장의 고시문으로 산산조각 나는지.
제2회 「맹지의 연금술」 — 쓸모없는 땅이 황금으로 변하기까지 10년간 벌어진 은밀한 행정의 기록.
제3회 「3초의 거래」 — 의회 의장의 사적 이익과 시장의 정치적 숙원이 맞교환되는 결정적 순간.
제4회 「콘크리트 장벽 앞의 사람들」 — 합법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선 주민들의 절규와 저항.
제5회 「의장님, 우리 의장님」 — 시스템은 건재하고,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이 소설의 모든 핵심 사실관계는 공시문, 시의회 회의록,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 정보공개 청구 결과 등 이미 공개된 행정 문서에 기초합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4단계 종상향.
기부채납 48억.
이격거리 8미터.
용적률 233.1%.
직권상정 후 3초.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를 독자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창문을 열면 산이 보이던 어느 도시에서, 하늘이 사라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