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지난 1월 29일 기흥구 주민 소통간담회에서 '2031년 반도체 관련 세수 1조780억 원 시대'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투자가 용인 재정을 두 배로 불려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언론은 '잭팟', '천조개벽'이라는 표현으로 이를 전했다. 그러나 숫자의 화려함 뒤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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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 1. '순항'이라는 전제 — 반도체 사이클은 예측 가능한가


용인시 담당 부서가 추산한 세수 1조780억 원은 'SK하이닉스 6,680억 + 삼성전자 2,500억 + 소부장 기업 1,600억'으로 구성된다. 시 관계자는 각 기업의 영업이익과 건축 면적, 고용 규모 등을 종합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추정의 핵심 변수인 영업이익은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극단적으로 요동친다.


SK하이닉스만 보더라도 2022년 영업이익 7조 원에서 2023년에는 7조 7,000억 원 적자로 급전환했다가, 2024년에는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수율 문제로 여전히 고전 중이다. 2031년의 '순항'을 전제로 한 세수 추정은 최선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렇다면 중간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세수는 얼마인가? 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 2. 1조가 들어와도 — 누구의 삶이 달라지나


흥미로운 것은 같은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실제 민원이다. 구갈동 주민들은 스마트 버스 정류장 확대와 물놀이장 조성을, 상하동 주민들은 공원 가로등 설치와 어르신 대중교통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버스 정류장, 가로등, 물놀이장. '천조개벽'의 현장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세수가 두 배로 늘더라도 그 재원이 반도체 고속도로 신설, 경강선 연장, 중부권광역급행철도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에 우선 투입된다면, 기흥구·수지구 구도심과 처인구 농촌 지역 주민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세수 증가와 주민 체감 삶의 질 사이에는 자동으로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시가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 3. 140개 기업이 온다 — 어디에 오는가


시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 140여 개의 신규 입주를 예상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처인구 원삼면)와 삼성전자 국가산업단지(처인구 이동·남사읍) 주변에 집중될 것이다. 용인은 이미 수지·기흥의 신도시권과 처인구 농촌지역 사이의 발전 격차가 큰 도시다.


'낙수효과'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한국의 산업단지 역사에서 입지 지역 너머로 경제적 혜택이 자연 확산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울산의 석유화학 단지,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주변 지역경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면, '낙수'보다는 '집중'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의도적인 분배 정책 없이는 용인 안에서 또 다른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4. 물과 전기 — 세수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


이상일 시장 본인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이미 수립한 계획대로 전력과 용수를 차질 없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구체적 실행 언급이 없어 계획 불투명성이 커지고 기업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첨단 반도체 팹 하나는 소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과 용수를 소비한다. SK하이닉스 4기 팹에 삼성전자 6기 팹, 총 10기 팹이 가동되면 용인 전체의 물·전기 수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기존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 수도 요금 변동, 지하수위 변화, 대규모 송전 인프라 건설에 따른 갈등 — 에 대한 분석은 '세수 1조' 담론 속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세수를 거두기 전에 전력과 용수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지연되면서 장밋빛 전망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 5. 간담회인가, 결의대회인가


이 모든 숫자가 발표된 맥락도 중요하다. 간담회 직전, 참석 주민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지방 이전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시장은 2024년 12월 정부 승인이 이뤄졌으며, 승인이 없었다면 백지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15곳 국가산단 후보지 중 정부 승인을 받은 곳은 용인이 유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즉, 이 자리는 순수한 재정 전망 브리핑이 아니라 '국가산단 사수'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성격도 갖고 있었다. 세수 1조라는 매력적인 숫자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켜야 하는 이유'의 핵심 논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시민들은 숫자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목적으로 제시되었는지를 함께 알 권리가 있다.



■ 결론: 희망을 말하되, 위험도 함께 말해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분명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적 프로젝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 1,000조 원 투자가 용인의 재정과 경제를 혁신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반도체 업황의 등락, 전력·용수 공급의 불확실성, 지역 내 불균형 심화 가능성, 대형 인프라 편중 투자로 인한 생활권 소외 — 이 모든 변수가 '세수 1조'라는 숫자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시민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위험을 함께 말하지 않는 희망은, 나중에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만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