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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맑 은   거 짓 말


                제3회 「시신이 말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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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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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2004년 6월 17일. 목요일.


그날은 평강시청 사회복지과에 신입 공무원이 배치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윤재희. 스물여덟. 행정고시에 떨어진 후 9급 공무원 시험을 거쳐 평강시에 배치된 여자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현장을 중시하는 교수 밑에서 졸업 논문을 썼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었다.


서류를 받으면 반드시 현장을 본다.


인수인계를 받은 첫날, 선배 직원에게 물었다.


"해맑은 복지원은 마지막 점검이 언제예요?"


선배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거기? 산 위에 있어서 안 가. 서류 올라오면 처리하면 돼."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나요?"


선배는 피식 웃었다.


"가고 싶으면 가 봐. 길이 하도 험해서 차가 안 올라가. 예전에 누가 갔다가 타이어 터져서 혼났대."


윤재희는 다음 날 아침, 시청 차량 배차를 신청했다. 사회복지과에서 해맑은 복지원에 차량을 배차한 것은, 기록상 최초였다.


 



【 열린 문 】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세우고, 윤재희는 걸어서 올라갔다. 6월의 햇살이 뜨거웠지만 산 중턱에는 나무 그늘이 짙었다.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삼 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페인트가 거의 벗겨져 있었다. 한쪽 창문은 깨져서 비닐로 막아 놓았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 있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시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외관이었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안에서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윤재희는 사무실을 찾았다. 복도 끝에 '사무실'이라고 적힌 문이 있었다. 노크를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자 담배 연기가 가득한 좁은 방에 관리인 차 씨가 앉아 있었다.


"누구세요?"


"평강시청 사회복지과 윤재희입니다. 시설 현장 점검 나왔습니다."


차 씨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담배를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곧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네. 시청에서. 갑자기 오시면 곤란한데, 미리 연락을 주시지."


"사전 통보 없이 방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윤재희는 클립보드를 꺼내 들었다.


"입소자 명단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현재 입소자가 47명으로 되어 있는데, 전원 대면 확인이 가능한가요?"


차 씨는 대답 대신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은 기도 시간이라서요. 끝나면 모시겠습니다."


"기도가 얼마나 걸립니까?"


"한 시간쯤."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시설 둘러봐도 되죠?"


윤재희가 복도로 나서자, 차 씨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등 뒤에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시청에서 왔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현장 점검이래요."



 


【 5년의 냄새 】



윤재희는 건물을 체계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3층부터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왔다.


3층. 남자 입소자 생활실. 10인실 두 개. 이불은 낡았지만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 밖으로 산이 보였다. 사방이 산이었다. 이곳에서는 마을 불빛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2층. 여자 입소자 생활실과 식당, 강당. 강당에서 기도가 진행 중이었다. 문 틈으로 들여다보니, 회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윤재희는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서른넷, 서른다섯... 마흔셋, 마흔넷.


44명.


그녀는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47명. 3명이 부족했다.


1층. 사무실, 원장실, 직원 숙소, 창고. 복도 끝에 계단이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놓여 있었다.


"여기는 뭡니까?"


뒤따라온 차 씨가 가로막았다.


"지하 창고예요. 오래된 물건 넣어 두는 데. 위험해서 출입 금지입니다."


"열어 주세요."


"거기는 굳이 안 보셔도…"


"열어 주세요."


윤재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차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계단을 내려가자, 축축한 공기가 감쌌다. 곰팡이 냄새. 그리고 그 아래, 다른 냄새가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비릿한. 구역질이 올라오는 듯한.


"이 냄새 뭡니까?"


"하수구가 낡아서요. 원래 이래요."


윤재희는 형광등을 켰다. 깜빡이는 불빛 아래, 지하실이 드러났다. 낡은 침대 프레임, 부서진 의자, 녹슨 세탁기. 그리고 안쪽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철문.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저 문 안에는 뭐가 있습니까?"


"거기는 폐자재 넣어 둔 데예요. 열쇠가 잃어버려서 못 열어요."


윤재희는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 냄새가 더 강해졌다. 하수구 냄새가 아니었다.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그녀였지만, 이 냄새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다만 직감적으로, 이것이 '살아 있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예? 갑자기 왜요?"


"이 문 열어야 합니다."


윤재희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차 씨가 손을 뻗어 말리려 했지만, 이미 신호음이 울리고 있었다.


차 씨는 계단 아래에 서서, 철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체념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빈 눈이었다.


5년의 침묵이 깨지려 하고 있었다.



 


【 기록되지 않은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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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후, 해맑은 복지원은 경찰차 세 대와 감식차 한 대로 어수선해졌다.


철문을 잠금쇠 절단기로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들어간 형사가 뛰쳐나왔다.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구석에서 구토했다.


방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이었던 것이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 얇은 이불이 덮인 아래에 백골에 가까운 유해가 누워 있었다. 법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4~5년 이상 경과된 시신이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옷도 이불도 이미 부패하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시신 옆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하나. 장애인 복지카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영식. 1960년생. 지적장애 3급.


시설에 입소한 날짜는 1992년. 이 시설이 생기기도 전이었다. 이전 시설에서 이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현장을 보존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윤재희는 건물 밖에 서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들것에 실린 유해가 감식차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클립보드를 내려다보았다.


입소자 47명. 실제 44명. 시신 1구.


나머지 2명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장은 이미 시설을 떠났고, 직원들은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관리인 차 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되었지만, "원장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평강시 사회복지과 과장은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드립니다."


그의 뒤에서, 윤재희는 조용히 서 있었다. 철저한 조사.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알고 싶었다. 4년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철저한 조사'란 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기자는 단 한 명이었다.


평강시에서 사람의 시신이 복지시설 지하에서 발견되었는데, 취재하러 온 기자가 딱 한 명이었다. 그것도 지역 주간지 기자였다. 주요 일간지, 방송사, 통신사 어디에서도 취재진이 오지 않았다.


왜?


그 답은 훗날 밝혀지게 되지만, 이 시점에서 윤재희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5년 동안 방치되었는데.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인가.


 

 


【 정상화라는 이름의 시작 】



시신 발견 한 달 후.


평강시는 해맑은 복지원에 운영 정지 처분을 내렸다. 입소자들은 다른 시설로 분산 배치되었고, 원장과 직원들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수사는 이상하게 진행되었다.


시신의 사인은 '병사 추정'으로 결론났다. 5년 동안 방치된 시신에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시신 유기 및 사체 은닉 혐의가 적용되었지만, 원장은 "시설 관리인에게 장례를 맡겼는데 처리가 안 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관리인 차 씨는 "원장이 그냥 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보조금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더욱 애매했다. 당시 보조금 지급 서류가 대부분 수기로 작성되어 있었고, 일부는 이미 보존 기간이 경과하여 폐기된 상태였다. 결정적으로, 평강시청 자체의 서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피해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그리고 2004년 10월, 평강시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법인의 정상화를 위해 관선 이사를 파견합니다."


관선 이사. 법인의 기존 경영진을 대신하여 행정기관이 임시로 선임하는 이사를 뜻한다. 비위가 발생한 법인에 정상화 목적으로 파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평강시가 선임한 관선 이사는 세 명이었다.


첫 번째, 조현택. 51세. 변호사. 평강시 고문변호사를 역임한 법률 전문가. 법인의 정관 정비와 법률적 정상화를 담당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박영준. 48세. 평강일보 대표. 지역 사회에서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법인의 투명한 운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세 번째, 한정호. 55세. 중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학문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이끌겠다고 했다.


법조, 언론, 학계.


세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무너진 법인을 되살린다. 평강시는 이것을 '최적의 조합'이라고 자평했다. 유일하게 취재한 지역 주간지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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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복지원, 새 출발"

관선 이사 3인 선임… 법인 정상화 기대


평강시는 비위가 적발된 사회복지법인

해맑은에 관선 이사 3인을 선임했다.

법조계, 언론계, 학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진은 법인의 정상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조현택 변호사는 "법인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건전한 운영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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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은 시민들은 안도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사람들이 맡게 됐구나.


그러나 그것은 평강시 역사상 가장 비싼 착각이었다.





【 클리프행어 】



2004년 11월 첫 번째 이사회.


평강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관선 이사 첫 회의. 참석자는 조현택, 박영준, 한정호. 그리고 시청 측 배석자 두 명.


공식 안건은 법인 정상화 로드맵이었다. 입소자 보호 방안, 시설 개선 계획, 재정 건전성 확보. 회의록에는 그런 내용이 기록되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후, 세 남자는 회의실에 남았다. 시청 직원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조현택이 문을 닫았다.


박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사는 내가 막았어. 다른 데서는 관심도 없고."


한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복지학계에서 이런 일 한두 번이야. 조용히 넘어갈 거야."


조현택은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파일을 꺼냈다. 표지에는 '해맑은 법인 자산 현황'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파일을 펼치자, 첫 페이지에 숫자가 보였다.


기본재산: 영남도 청산시 일대 토지 약 17만 평

부동산 감정가: ███억 원

기타 자산 포함 총 자산: ███억 원


조현택이 웃었다.


"이 시설, 우리가 맡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요."


같은 말이었다. 기사에서 한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세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악수는 없었다. 악수 따위가 필요 없는 사이였다. 시선만으로 충분했다.


5년의 침묵이 끝났다.


그러나 또 다른 침묵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5년이 아니라, 20년짜리 침묵이.


*


2024년 가을.


강민호는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그날의 회의록 사본을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가슴 왼쪽을 손으로 쓸었다. 옷 아래 길게 남은 흉터가 만져졌다. 3년 전 이식받은 이 심장은, 지금 묵직하게 뛰고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삶이 된다.


그 진실의 무게를 그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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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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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