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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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1999년 12월.
중부도 평강시 외곽, 야산 중턱에 박혀 있는 건물 하나가 있었다. 삼 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은 회색빛 하늘 아래서 더욱 음침해 보였다.
페인트가 벗겨진 외벽에는 '사회복지법인 해맑은 복지원'이라는 낡은 간판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마을에서 이곳까지 올라오는 길은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 하나뿐이었다.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도 잘 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 건물을 가리켜 '기도원'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새벽마다 이상한 기도 소리가 산 아래까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 닫힌 문 안쪽 】
복지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코를 찌르는 것은 소독약 냄새가 아니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무언가 썩어가는 듯한 악취가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었다. 복도의 형광등은 절반 이상이 나가 있었고, 벽에는 누렇게 변색된 '감사합니다 원장님'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감사 기도 시간입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즉시 각 방에서 입소자들이 줄지어 나왔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같은 색의 회색 면 상의와 하의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깎여 있었고, 표정은 하나같이 무표정했다.
그들은 복도 끝에 있는 넓은 강당으로 모였다. 강당 정면에는 거대한 십자가가 걸려 있었지만, 그 옆에는 원장의 사진이 더 크게 걸려 있었다. 입소자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원장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한 목소리로 외치는 기도가 시작됐다. 목소리는 기계적이었고, 눈빛은 어딘가 풀려 있었다.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기도는 끝나지 않았다.
시설 관리인 차 씨는 강당 뒤쪽 문에 기대어 서서 입소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마른 체격에, 항상 검은 점퍼를 입고 다니는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늘 두꺼운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서류철 안에는 입소자 명단이 있었다. 총 47명. 그러나 강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은 어디를 세어봐도 44명이었다. 차 씨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입소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 철창 없는 감옥 】
해맑은 복지원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 기상 후 세면, 아침 기도, 식사, 노동, 점심 기도, 노동, 저녁 기도, 취침. 이 일과가 365일 반복됐다.
입소자들은 시설 뒤편의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가꾸거나, 인근 농가의 일손을 도왔다. 그들이 받는 급여는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
시설 직원들의 입에 달린 말이었다. 그러나 '나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입소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나가면 갈 곳이 없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 노숙 생활을 하다가 끌려온 사람, 정신병원에서 이송된 사람. 그들에게 바깥세상은 이미 문이 닫힌 세계였다.
박순덕 할머니는 올해로 시설에 온 지 8년째였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비닐하우스에서 허리를 숙이고 일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어가고 있었지만, 쉴 수 없었다. 쉬면 밥을 주지 않았다.
"순덕이 언니, 오늘 영식이 못 봤어?"
같은 방을 쓰는 김말자 씨가 물었다. 60대 중반의 여자로, 몇 년 전 노숙 생활 중에 이곳으로 오게 됐다.
순덕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제 저녁에도 안 보이더라. 아파서 누워 있는 건가?"
"그런가 봐. 요새 기침을 많이 하더니."
그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더 깊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물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니, 물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정영식. 40대 초반의 남자로, 지적 장애 3급 판정을 받고 7년 전 이곳에 입소했다. 순한 성격에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시설에서 가장 묵묵히 일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3일 전이었다.
【 아무도 묻지 않는다 】
"영식이 어디 갔어요?"
식사 시간, 박순덕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직원에게 물었다. 배식대 앞에 선 젊은 남자 직원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병원 갔어. 걱정하지 마."
"어느 병원이요? 면회 가도 되나요?"
"시끄러워. 밥이나 먹어."
할머니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묻는다고 대답해 줄 리도 없었고, 너무 많이 물으면 '문제아'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아로 찍히면 독방에 갇히거나, 더 나쁜 경우 어디론가 '이송'됐다.
그날 저녁 기도 시간, 원장이 직접 강당에 나타났다. 육십 대 후반의 남자로, 기름진 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입소자들 앞에 서서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영식이가 하나님 곁으로 갔습니다."
강당이 술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은 것입니다. 우리는 영식이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원장은 두 손을 모았고, 입소자들도 따라서 두 손을 모았다.
"기도합시다."
기도가 끝난 후, 아무도 영식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의 짐이 어디로 갔는지, 장례는 어떻게 치러졌는지, 유가족에게 연락은 갔는지. 아무것도.
박순덕 할머니만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7년 동안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는데, 장례식도 없었다. 시신도 보지 못했다.
'하나님 곁으로 갔다.'
그 말만 남았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영식이라는 이름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 지하로 향하는 발걸음 】
자정이 넘은 시각.
관리인 차 씨는 복도를 걸어 건물 동쪽 끝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 계단은 지하로 통했다. 입소자들은 그곳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창고'라고 불렸지만, 정확히 무엇이 보관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차 씨는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오래된 자물쇠가 녹슨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계단을 내려가자 어둠과 함께 축축한 공기가 밀려왔다. 지하에는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리며 켜져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에는 습기가 맺혀 있었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차 씨는 그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손에 들린 서류철을 펼쳤다. 입소자 명단. 정영식의 이름 옆에는 여전히 '재원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펜을 꺼내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다. 명단은 그대로였다. 47명. 그리고 그가 할 일은 이번 달에도 시청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입소자 47명에 대한 보조금을 청구하는 보고서.
차 씨는 철문을 한 번 바라보았다. 문 틈새로 희미하게 무언가가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어떤 냄새.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계단을 올라가며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몇 번의 버튼을 누른 후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네, 처리했습니다. 서류는 내일 보내겠습니다."
통화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그날 밤, 해맑은 복지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입소자들은 잠들어 있었고, 직원 숙소에서는 TV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 클리프행어 】
보름이 지났다.
평강시청 사회복지과에서 한 통의 서류가 도착했다. 해맑은 복지원에서 보낸 월간 보고서였다. 담당 공무원 이 주임은 서류를 훑어보며 도장을 찍었다.
입소자: 47명
보조금 청구액: 1인당 월 38만 원 × 47명 = 17,860,000원
"이상 없네."
그는 서류를 결재함에 넣었다. 다음 서류로 넘어갔다.
그 시각, 해맑은 복지원 지하. 굳게 닫힌 철문 안쪽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었다. 어둠 속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 겨울바람이 지하 환기구를 통해 스며들었다. 바람은 무언가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썩은 냄새. 그 냄새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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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끝 ─
다음 회 : 「5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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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모두 가명이며, 실존하는 인물·단체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