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광고비’라는 성역(聖域) 앞에 스스로 무릎 꿇은 언론, 펜을 꺾다

 

— 현대차 장남 음주운전 보도 ‘빛의 속도’ 삭제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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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대한민국 언론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정보통신 기술은 발전했지만, 언론의 양심은 자본의 원시적인 힘 앞에 퇴보했다. 얼마전, 우리는 ‘실시간 검색어’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는 ‘실시간 삭제 기사’의 마술을 목격했다. 바로 현대차 장남의 음주운전 의혹 기사들이 포털과 지면에서 감쪽같이 증발한 사건이다.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유력 재벌가의 자제가 법을 어겼고,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 직후 벌어진 일들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참극’이었다. 최초 보도가 나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기사 제목이 모호하게 수정되더니, 이내 링크가 끊기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독자들은 묻는다. "방금 본 그 기사, 왜 없어졌나요?"

언론사는 침묵하지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너무나 선명한 ‘돈의 손’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알 권리’보다 무서운 ‘광고주의 심기’

 

언론사 데스크에는 핫라인이 있다. 독자의 제보를 받는 라인이 아니라, 대기업 홍보실의 전화를 받는 라인이다. 기사가 송출되는 순간, 광고주인 대기업의 전화벨이 울리고 “광고 예산 집행을 재고하겠다” 혹은 “이번 건만 잘 넘어가 주면 섭섭지 않게 하겠다”는 회유와 압박이 들어오면, 편집국의 기개는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이번 사태에서 언론들은 스스로 ‘감시견(Watchdog)’이기를 포기하고 재벌의 ‘애완견(Lapdog)’이 되기를 자처했다. 일반 서민의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이라며 맹비난하던 펜 끝이, 광고비를 쥐고 있는 재벌 3세 앞에서는 한없이 무뎌지고 구부러진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공정 보도’인가?

 

 

돈으로 기사를 지울 수는 있어도, 진실은 지울 수 없다

 

가장 비참한 것은 타의에 의한 삭제가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가 ‘알아서 기는’ 행태다. 광고 수익에 목줄이 잡힌 언론사 경영진은 기자의 취재 수첩보다 재벌 총수의 심기를 살피는 데 더 민감하다. 2026년 오늘,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독재 정권의 칼날이 아니라 기업이 던져주는 ‘광고비’라는 달콤한 독배다.

 

현대차 그룹에도 묻는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기사를 막고 포털을 도배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기사가 지워질수록 대중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기업의 이미지는 ‘글로벌 리더’가 아닌 ‘사고 치고 돈으로 틀어막는 집단’으로 추락할 뿐이다.

 

 

 

 

언론에 고한다. 당신들이 지운 것은 기사 한 줄이 아니라, 언론이라는 업(業)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이자 독자와의 신뢰다. 돈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당신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