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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블루저널 = 박용환 기자] 대한민국 의료가 역사적 기로에 섰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필수의료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의료 기득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역대 어느 정권도 완수하지 못했던 의료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시대적 소명 때문이다.
본지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경제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고, 2026년을 원년으로 하는 '공공의료 주권 회복'의 로드맵을 들여다보았다.
◆ '면허'라는 이름의 진입 장벽... "지대추구 행위가 의료 왜곡 불러"
현대 국가에서 의사 면허는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면허는 시장 경쟁을 차단하고 초과 이윤을 보장하는 강력한 '독점적 지대(Rent)'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다.
한국 의사 집단은 지난 20여 년간 의대 정원을 동결하거나 감축시키는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를 통해 인력의 희소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한국 전문의의 소득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약 2.8배(OECD 평균 2.5배)에 달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불평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기대 소득은 '의대 블랙홀' 현상을 야기해 국가 인적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혁신을 창출하는 이공계 대신, 면허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의대로만 몰리는 현상은 국가 경쟁력의 심각한 저해 요소다. 이번 개혁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바로잡는 경제 정의 실현의 과정이기도 하다.
◆ "AI가 의사 대체? 기술적 무지"... 2040년 의료 수요 폭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AI 기술 발달로 의사 생산성이 향상되어 2040년에는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며 증원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술 발전이 오히려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진단 기술의 발전은 검사 비용 하락과 접근성 향상을 불러와 검사 건수 자체를 급증시키며, AI와 유전체 분석의 결합은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즉,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업무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만든다.
더욱이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노인성 질환 급증으로 2030년 의료비 총액이 19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3분 진료', '박리다매'식 의료 시스템으로는 다가올 의료 수요 폭발을 감당할 수 없으며, 물리적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실패의 역사를 끊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해법
과거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정원 감축, 2020년 공공의대 추진 무산,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전략 부재로 인한 의료 대란까지, 정부는 의사 집단에게 매번 무릎을 꿇었다. 이재명 정부는 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단순 증원을 넘어선 구조적 개혁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과 '지역의사제'다.
공공의대는 선발 단계부터 국가 예산으로 교육하고 졸업 후 15년 동안 공공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강제한다. 위반 시 면허를 취소하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소위 '먹튀'를 원천 봉쇄하고, 민간 시장의 수익 논리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할 '의료 사관생도'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지역의사제 또한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선발하여, 수도권 쏠림 현상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지방 의료 붕괴를 막는 실효적 대안으로 꼽힌다.
◆ 글로벌 스탠다드와 의료 주권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며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20년 가까이 정원을 묶어두며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했다.
이재명 정부의 의료 개혁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잡은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의료를 소수의 영리 수단이 아닌 국민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되돌리는 '의료 주권 회복' 선언이다. "병원 찾아 헤매다 길에서 죽는 나라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에는 과연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